강남 월급의사 고백으로 본 잇단 사고 쌍꺼풀 수술은 30분… 앞·뒤트임은 1시간… 코는 2시간…
○ 하루 15명씩 수술하는 대형 성형외과 월급 의사
“저는 ‘성형공장 직원’이었어요.”
서울 강남의 한 대형 성형외과에서 월급 의사로 2년 동안 일했던 A 씨는 12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속내를 털어놓았다. A 씨는 2012년 초 전문의 자격을 딴 직후 경험을 쌓기 위해 강남에서 손꼽히는 대형 병원에 입사했지만 ‘공장식 찍어내기 수술’에 지쳐 그만뒀다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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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의사들은 실적만을 따지는 병원 측의 강요에 의사로서의 신념을 꺾을 때가 많았다고 고백했다. 대부분의 성형외과는 상담실장이 1차 견적을 내고 의사가 최종 견적을 확정하는데 상담실장이 과도한 견적을 내 와도 거절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극소수 대형 병원에서는 월급 의사가 계약 기간 전에 일을 그만두면 수익의 20∼25%를 반납하도록 하는 ‘노예 계약’을 맺기도 해 병원 측의 뜻을 거스르기 더욱 어렵다.
○ 수술 도중 다른 환자 상담하러 나가기도
대부분의 성형수술이 수면마취 상태에서 이뤄지는 점을 노려 일부 대형 병원에서는 실적을 올리려고 수술 중인 의사를 불러 다른 환자 상담을 시키기도 한다. 강남의 대형 성형외과에서 최근까지 일했던 30대 전문의 B 씨는 12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환자가 몰려드는데 상담해줄 의사가 없자 병원 측이 ‘모든 의사들은 수술을 중지하고 30분 동안 상담을 하라’고 공지해 마취 상태인 환자들을 두고 상담을 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원장이나 유명 의사가 상담을 해준 뒤 환자가 마취 상태에 빠지면 다른 의사가 수술을 하는 ‘섀도 닥터(그림자 의사)’의 존재도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환자가 몰리는 일부 대형 성형외과 중엔 커다란 공간에 커튼식 가림막만 친 수술대 여러 개로 수술방을 꾸리는 곳도 있다. 수술방은 위생상 철저하게 밀폐돼 있어야 하지만 수술 건수를 채우려고 기본적인 원칙조차 무시하는 셈이다. 비용을 절감하려고 수술을 돕는 간호조무사를 무자격자로 뽑기도 한다. B 씨는 “수술 일정이 워낙 빡빡하다 보니 간호조무사들이 무단 퇴사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때마다 자격증조차 없는 간호학원 수강생들을 마구잡이로 고용해 수술에 투입시켰다”며 “수술 경험이 전혀 없는 학생들과 수술을 하자니 늘 조마조마했다”고 말했다.
성형수술은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고수익 수술 항목이 많다 보니 비전문의들도 ‘피부과’ ‘이비인후과’ 등의 간판을 내걸고 성형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게 현실이다. 강남 일대 성형외과의 도덕적 해이가 극심해지다 보니 내부에선 자체 정화 움직임도 일고 있다. 대한성형외과학회 황규석 윤리이사는 “내년에 전문의를 따는 전공의부터 일정 시간의 윤리교육을 의무화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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