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의 대규모 고객 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해 어제 감사원이 금융감독원 감사에 착수했다. KB국민카드 농협카드 롯데카드에서 1억400만 건의 고객 정보가 털린 사고를 전후해 금감원이 그 이름에 걸맞게 금융회사들을 제대로 감독했는지 따져보기 위해서다. 지난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이 요청한 공익감사청구를 감사원이 수용한 것이다.
최수현 금감원장은 작년 3월 취임 후 한국씨티은행과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에서 고객 정보 14만 건이 유출되는 사고가 났을 때 별다른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번 정보 유출 대란도 사고가 날 때마다 경고장 한 장 보내고 끝낸 ‘솜방망이 처벌’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금감원은 카드 3사 정보 유출 발생 시점 전후인 지난해 4월 이들 금융회사에 보안실태 점검을 벌이고도 문제를 파악하지 못해 국정조사에서 “정부 감독기구는 무엇 때문에 존재하느냐”는 질타를 받았다. 그런데도 금감원은 지난주 금융소비자원 등에서 제기한 국민검사청구를 “(이미 나온 사실 외에) 새롭거나 중요한 사실이 없다”며 기각하는 등 사안의 엄중함을 모르는 듯하다.
최근 국민은행에 이어 우리은행과 기업은행 도쿄지점에서도 부실 대출과 비자금 조성이 포착됐다. 총체적 금융 난맥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금감원은 지난해 ‘동양그룹 사태’ 당시에도 회사채 불완전 판매로 4만6000명의 피해자가 나올 때까지 뒷짐만 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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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출신 낙하산 감사들은 저축은행의 불법 대출을 묵인하거나 현직 금감원 간부를 상대로 로비하는 방패막이 역할을 하는 등 ‘저축은행 사태’에 책임이 없지 않다. ‘모피아(재무부+마피아)’에 이어 ‘금피아(금감원+마피아)’란 말이 나온 이유다. 고객 정보 유출 사고를 낸 KB국민 등 3개 회사의 감사도 금피아였다. 이번에 부활하는 낙하산 금피아가 앞으로 어떤 금융 사고를 방치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감사원은 금감원의 금융감독 기능은 물론이고 최수현 금감원장이 직무를 제대로 수행했는지, 낙하산 인사를 위한 ‘업무경력 세탁’에 어떤 태도를 취했는지도 철저히 감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