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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커토픽] 친정팀 울산 상대로 뛰나 못 뛰나…경남 김영광 딜레마

입력 | 2014-03-12 07:00:00

올 시즌 울산에서 경남으로 임대 이적한 GK 김영광이 16일 친정 울산과 경기를 놓고 출전 논란에 휩싸였다. 경남은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이유로 출전을 준비하고 있고, 울산은 구두 약속을 전제로 출전 금지를 주장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 프로축구 임대선수는 원소속팀 경기 출전할 수 있나?

울산 “경남에 김영광 임대때 구두 합의”
경남 “계약 조항 없고 골키퍼 대안 없다”
신사협정 준수 vs K리그 흥행 등 입장차

원 소속팀 배려·승부조작 방지 목적으로
유럽리그서도 친정팀과 경기는 안 뛰어
기성용·백지훈 경우 출전금지 조항 명시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울산 현대와 경남FC가 맞대결에서 골키퍼 김영광(31·경남)이 뛸 수 있는지를 놓고 상반된 주장을 펴고 있다. 울산과 경남은 16일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K리그 클래식 2라운드를 벌인다. 올 시즌을 앞두고 울산에서 경남으로 1년 임대된 김영광의 출전 여부가 관심이다. 임대 선수는 원 소속 팀 경기에 나서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울산과 경남이 주고받은 임대계약서에는 김영광의 출전금지가 따로 명시돼 있지 않다. 울산 송동진 단장은 “우리와 경기에 김영광이 뛸 수 없다는 조항을 계약서에 넣으려고 했다. 하지만 경남 측에서 양 팀 감독이 합의한 사항인데 굳이 문서화할 필요까지 있느냐고 해서 안 넣은 것이다. 일종의 신사협정이다. 경남은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경남 서태원 홍보팀장은 “처음에 김영광을 무상으로 임대하려 할 때 양 팀 감독 합의가 있었던 것은 맞다. 하지만 이후 유상임대로 바뀐 시점에서 정확한 합의가 없었다. 우리는 적지 않은 임대료를 주고 김영광을 데려왔다. 계약서에 출전금지 조항도 없는데, 우리가 김영광을 내보내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 계약서 vs 신뢰

경남은 김영광을 출전시킬 수밖에 없는 팀의 현실적인 상황과 K리그 흥행 등 다양한 근거를 댔다. 경남은 김영광, 박청효, 손정현 등 3명의 골키퍼가 있다. 서 팀장은 “김영광의 백업 1순위 박청효는 어깨 부상이다. 손정현은 신인이라 이제 막 프로훈련을 시작했다. 김영광 외에 대안이 없다. 클럽은 팬들에게 매 순간 최고의 품질로 최상의 경기를 보여줄 의무가 있지 않느냐”고 했다. 이어 “김영광과 김승규(울산 주전 골키퍼)의 승부도 큰 볼거리다. 넓은 시각에서 K리그 발전을 생각할 필요도 있다”고 조목조목 이유를 들었다.

울산은 구두 합의를 이행하자는 입장이다. 울산 김영국 사무국장은 “우리는 무상이든 유상이든 김영광을 처음부터 임대 보낼 생각이 없었다. 경남이 간곡히 필요하다고 해서 다 같이 발전, 상생하자는 측면에서 김영광을 보냈고 그 과정에서 우리와 경기에는 뛰지 않기로 약속을 했다. 계약서에 없다면서 지금에 와서 말을 뒤집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일단 칼자루는 경남이 쥐고 있다. 계약서에 출전금지 조항이 따로 없어 김영광이 뛰는 데는 규정상 문제가 없다. 하지만 울산 주장대로 경남이 구두 합의를 해놓고 말을 바꾸는 것이라면 도덕적인 비난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

● 임대선수 친정경기 왜 못 뛰나

임대 선수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는 원 소속 팀 경기에 출전하지 않는다. K리그 뿐 아니라 유럽 등 모든 프로리그가 비슷하다. 일단 임대를 보낸 구단은 그 선수가 친정 팀에 비수를 꽂는 사태를 원치 않는다. 승부조작을 원천적으로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 더 크다. 임대 선수가 원 소속 팀에 회유나 압력 등을 받을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경남 서 팀장은 “우리는 김영광에 대해 강한 신뢰감을 갖고 있고, 김영광도 울산과 경기는 꼭 뛰고 싶다고 의욕을 보인다. 이 부분은 이번에 전혀 문제될 게 없다”고 설명했다.

보통은 두 구단이 임대계약서를 쓸 때 출전금지 조항을 삽입한다. 수원삼성은 올 시즌 백지훈을 울산에 1년 무상임대 보내며 ‘수원과 경기는 뛸 수 없다’는 내용을 적시했다. 작년 여름 프리미어리그 스완지시티에서 선덜랜드로 1년 임대 간 기성용도 친정 팀과 경기는 뛰지 않고 있다. 기성용 에이전시 C2글로벌 관계자는 “기성용이 스완지시티와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는 조항이 계약서에 들어 있다”고 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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