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보던 칼 세이건의 우주다큐, 이젠 자녀와 함께 美TV 13부작 후속편 방영
타이슨 소장
34년 전 세계 7억5000만 명의 시청자들을 우주의 신비 속으로 끌어들였던 우주과학 다큐멘터리 ‘코스모스’가 ‘코스모스: 시공 오디세이’라는 후속편으로 다시 시청자를 찾아왔다. 같은 13부작이지만 미국 공영방송(PBS)이 제작·방송했던 원작과 달리 이번 후속편은 상업방송인 폭스TV를 통해 전파를 탔다.
원작에서 우주여행 안내자였던 칼 세이건 코넬대 교수는 1996년 세상을 떠나 우주로 돌아갔지만 그의 후배인 천체물리학 박사 닐 더그래스 타이슨 미 자연사박물관 헤이든 플라네타륨(뉴욕 소재) 소장이 바통을 넘겨받았다. 타이슨 소장은 첫 방송에서 선배와의 인연을 감동적으로 소개했다.
타이슨 소장
원작 제작에 참여했던 세이건 교수의 부인 앤 드리앤이 후속편의 대본 집필을 맡았다. 이날 첫 방송의 상당 부분은 34년 전 원작을 떠올리게 했다. 해설자가 우주 나이를 1년짜리 달력으로 만들어 보이면서 “예수가 태어난 시간은 새해를 5초 남겨둔 시간”이라고 말하는 대목은 원작 시청자에게 익숙한 장면이었다.
또 다른 곳에서도 시간의 흔적이 나타났다. 원작 방송 때 19세 청년이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첫 회 방송에 등장해 “(이 방송은) 젊은 세대들이 탐험 정신을 기르고 시청자들이 미래에 대한 무한한 가능성을 상상하고 새로운 개척지를 탐험하도록 고무시킨다”고 인사말을 했다.
타이슨 소장이 우주선을 타고 지구 궤도를 넘어 은하계를 종횡무진 누비는 대목에선 현란한 최신 컴퓨터그래픽 기술이 활용됐다. 지구가 태양을 돈다는 지동설을 주장하다 7년 동안 옥살이를 하고 화형된 이탈리아 과학자 조르다노 브루노의 선구자적인 삶은 과감하게 만화로 표현했다.
미 주요 언론들은 첫 방송 전부터 사전 리뷰 기사를 쏟아냈다. 워싱턴포스트(WP)는 9일자에서 “후속편은 비평가와 작가들에게 원작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며 최초의 유인우주왕복선 발사를 앞둔 1980년대 당시에 원작이 던진 문화적 충격과 타이밍을 상기시켰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