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 자살기도 김씨-국정원 거래 의문점
김씨 중환자실 앞에 몰린 취재진 검찰 조사를 받은 후 자살을 기도한 조선족 김모 씨가 치료를 받고 있는 서울 여의도성모병원 중환자실 입구. 7일 오후 취재진이 출입이 제한된 중환자실 앞에 모여 있다. 식사도 하고 말도 할 수 있는 상태로 호전된 김 씨는 8일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실로 이동할 예정이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특히 검찰은 김 씨가 지난해 12월 간첩 혐의로 기소된 유우성 씨(34) 관련 문서를 위조해 국정원에 건네고 돈을 받은 데 이어 2월에도 유 씨 관련 문서를 또다시 위조해 건넨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7일 확인됐다.
○ “싼허변방검사참 앞에서 기다려 문건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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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김 씨는 검찰에서 자신이 위조했다고 진술한 ‘싼허(三合)변방검사참(세관) 문서’를 지난해 12월 국정원에 건네고 그 대가로 1000만 원을 받았다. 김 씨는 검찰의 1차 조사에선 “중국의 전직 공무원에게 문서를 부탁하자 이 사람이 검사참 건물에 들어간 뒤 1시간 만에 받아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검찰이 김 씨의 통화 기록과 금전 거래 명세 등을 제시하자 2, 3차 조사에선 “중국에 있는 A 씨로부터 B 씨를 소개받았고 돈을 얼마간 줬더니 문건을 가져왔다”고 말을 바꿨다. 문서에 쓰인 내용을 누가 작성했는지에 대한 진술도 “위조한 사람이 만들어 왔다”에서 “내가 문구를 써줬다”로 달라졌다. 검찰은 김 씨가 문서 입수자로 밝힌 ‘중국 전직 공무원’, A 씨와 B 씨가 실존 인물인지 아직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처럼 김 씨의 진술이 오락가락하자 마지막 3차 조사에선 “문서를 누구에게 부탁해 위조했는지 정확히 확인해 줄 것”을 요구하며 김 씨를 귀가시켰다. 그러나 김 씨가 모텔에서 자살을 기도하자 진상조사팀은 크게 당황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국정원이 지난해 12월 “법정에서 진위 공방을 벌이고 있는 유 씨의 출입경 기록에 대해 변호인 측 주장을 반박할 수 있는 다른 관청의 문건 등을 구해 달라”는 부탁을 받은 뒤 김 씨가 위조에 나선 것으로 조사됐다. 국정원은 2월 이 문건을 받았으나 위조됐다고 판단해 사례금 1000만 원을 지급하지 않았고, 이 때문에 오랜 협조 관계였던 김 씨와 국정원 사이가 다소 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 국정원, 위조 여부 알았는지가 수사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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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김 씨가 5일 3차 조사를 받은 뒤 갑자기 자살을 기도한 동기에 대해서도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국정원이 김 씨에게 진술을 강요했는지, 자살 과정에 개입한 흔적이 있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김 씨의 통화 기록과 폐쇄회로(CC)TV 등을 분석해 사고 당일 접촉한 인물이 있는지 조사 중이다.
앞으로 수사의 핵심은 국정원이 문서가 위조됐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입증하는 데 있다. 국정원 측이 김 씨에게 속아 위조문서를 진짜 문서로 알고 재판부에 제출했다면 범행의 고의가 없기 때문에 처벌이 어렵지만, 그렇지 않다면 처벌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김 씨가 검찰 조사 과정에서 자신이 구해온 문서가 위조됐다는 사실을 국정원도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데다 국정원이 김 씨에게 오랫동안 자금을 지원하며 각종 문서를 받아오면서 자금의 용처를 전혀 몰랐겠느냐는 의문을 검찰은 가지고 있다. 그러나 국정원은 “김 씨가 ‘중국 측으로부터 발급받았다’며 문서를 건네 진본이라 믿고 검찰에 줘 법원에 제출하도록 했다”고 해명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