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월의 보너스’로 불리던 연말정산이 ‘13월의 세금폭탄’으로 바뀌었다. 연말정산 때면 당연한 듯 세금을 돌려받았던 직장인 중에는 지난달 월급에서 세금이 더 나가는 바람에 “월급이 깎였느냐”는 아내와 실랑이를 벌인 경우도 적지 않다. 이번 연말정산으로 근로자 10명 중 3, 4명은 월급에서 세금을 뭉텅 떼어 바쳤다. 이들이 더 내는 돈이 2조 원에 이른다.
이번 ‘연말정산 사태’는 정부가 2012년 9월 발표한 ‘2차 재정지원 강화대책’에서 비롯됐다. 이명박 정부는 중산층과 서민의 세금 부담을 줄여 구매력을 높이겠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세금을 덜어준 것이 아니라 간이세액표를 개정해 근로소득세 원천징수액을 10%가량 줄였을 뿐이다. 세금을 많이 걷어 연말정산 후 많이 돌려주던 것을 적게 걷어 적게 돌려주는 방식으로 바꾼 것이다. 여기다 지난해 신용카드 공제율이 20%에서 15%로 줄어들어 소득공제가 일부 축소된 데 따른 증세 효과도 가세했다.
경제 관료들의 눈에는 이미 예고된 일인데도 이제 와 ‘세금 쇼크’를 받는 서민들이 이해되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행동주의 경제학자들이 지적하듯 사람은 늘 합리적이지 않다. 조금씩 누렸던 이득보다는 당장 닥친 손실이 더 크게 느껴지는 법이다. 더구나 연초엔 집집마다 아이들 등록금이나 교복 구입 등으로 돈 쓸 곳이 많아 13월의 보너스를 요긴하게 써왔다. 매달 세금을 적게 뗐다지만 그로 인한 소비 진작 효과는 미미했던 반면 연말정산에서 큰돈을 떼어내면서 소비위축 효과가 두드러지고 있다. 설 연휴가 끼어 있는 1분기에는 소비가 늘어나는 것이 보통인데도 작년에 이어 올해도 소비가 뒷걸음질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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