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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국민을 조삼모사 원숭이 취급한 ‘연말정산 폭탄’

입력 | 2014-03-04 03:00:00


‘13월의 보너스’로 불리던 연말정산이 ‘13월의 세금폭탄’으로 바뀌었다. 연말정산 때면 당연한 듯 세금을 돌려받았던 직장인 중에는 지난달 월급에서 세금이 더 나가는 바람에 “월급이 깎였느냐”는 아내와 실랑이를 벌인 경우도 적지 않다. 이번 연말정산으로 근로자 10명 중 3, 4명은 월급에서 세금을 뭉텅 떼어 바쳤다. 이들이 더 내는 돈이 2조 원에 이른다.

이번 ‘연말정산 사태’는 정부가 2012년 9월 발표한 ‘2차 재정지원 강화대책’에서 비롯됐다. 이명박 정부는 중산층과 서민의 세금 부담을 줄여 구매력을 높이겠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세금을 덜어준 것이 아니라 간이세액표를 개정해 근로소득세 원천징수액을 10%가량 줄였을 뿐이다. 세금을 많이 걷어 연말정산 후 많이 돌려주던 것을 적게 걷어 적게 돌려주는 방식으로 바꾼 것이다. 여기다 지난해 신용카드 공제율이 20%에서 15%로 줄어들어 소득공제가 일부 축소된 데 따른 증세 효과도 가세했다.

경제 관료들의 눈에는 이미 예고된 일인데도 이제 와 ‘세금 쇼크’를 받는 서민들이 이해되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행동주의 경제학자들이 지적하듯 사람은 늘 합리적이지 않다. 조금씩 누렸던 이득보다는 당장 닥친 손실이 더 크게 느껴지는 법이다. 더구나 연초엔 집집마다 아이들 등록금이나 교복 구입 등으로 돈 쓸 곳이 많아 13월의 보너스를 요긴하게 써왔다. 매달 세금을 적게 뗐다지만 그로 인한 소비 진작 효과는 미미했던 반면 연말정산에서 큰돈을 떼어내면서 소비위축 효과가 두드러지고 있다. 설 연휴가 끼어 있는 1분기에는 소비가 늘어나는 것이 보통인데도 작년에 이어 올해도 소비가 뒷걸음질치는 추세다.

조삼모사(朝三暮四)라는 말이 있다. 중국 송나라의 저공이 원숭이 먹이인 도토리 구하기가 힘들어지자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를 주다 ‘아침에 4개, 저녁에 3개’로 바꿔 원숭이들을 달랬다는 고사성어다. 세제와 세정은 공정하고 투명해야 할 뿐 아니라 징세 방식도 신중하고 겸손해야 한다. 작년 8월 청와대 관계자는 “거위가 고통을 느끼지 않도록 깃털을 살짝 빼는 것이 세금 걷기”라고 말해 국민의 분노를 산 바 있다. 아무리 봉급생활자가 ‘유리지갑’을 가진 봉이라지만 내년 연말정산도 이런 식이면 반발이 커질 수 있다. 납세자를 조삼모사의 원숭이쯤으로 취급하는 것은 오만한 세정(稅政)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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