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cm∼1m 칼 든 복면괴한 10여명 노인-아이 안 가리고 무차별 난자 신장독립세력 계획된 테러로 규정… 시진핑 “그들의 날뛰는 기세 꺾어라”
2일 관영 신화(新華)통신 등에 따르면 상춘(常春) 도시 쿤밍이 피로 물든 건 1일 오후 9시 20분경. 쿤밍 시 중심지인 쿤밍 기차역 광장에 검은 옷을 입고 복면을 한 괴한 10여 명이 길이 60cm∼1m의 칼을 들고 나타났다. 고대 이슬람 전사를 연상시키는 복장을 한 이들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칼을 휘둘렀다.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등에 올라온 사진에는 광장은 물론이고 역사(驛舍) 안에도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는 시신들이 보였다. 또 여행객들의 가방과 안경, 휴대전화 등 소지품이 여기저기 어지럽게 흩어져 있다. 이번 사건으로 남편을 잃은 양쯔칭(楊自淸) 씨는 “광장에 앉아 있었는데 갑자기 칼 든 사람들이 뛰어 들어와 보이는 사람마다 찔러 죽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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쿤밍 시 당국은 이번 사건을 ‘신장(新疆) 분리독립 세력의 조직적이고 계획된 테러’로 규정했다. 당국은 사건 현장에서 다수의 증거를 확보하고 붙잡힌 범인을 상대로 범행 동기를 조사 중이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법에 따라 테러리스트들을 엄벌하고 (그들의) 날뛰는 기세를 강력하게 꺾어 놓아야 한다”면서 수사에 전력을 기울일 것을 지시했다.
이번 무차별 테러는 양회를 앞두고 발생한 데다 칼만으로 무장한 테러범들이 대도시 한복판에서 170명이 넘는 사상자를 냈다는 점에서 중국의 치안 수준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현대국제관계연구원의 테러전문가 리웨이(李偉) 씨는 “테러분자들이 경계가 삼엄한 베이징(北京)이나 신장위구르자치구 우루무치(烏魯木齊) 대신 상대적으로 느슨한 쿤밍을 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장위구르자치구는 청나라 때 중국에 편입됐다. 국공내전 등으로 중국이 혼란한 틈을 타 위구르족이 1933∼1934년, 1943∼1949년 동투르키스탄공화국을 세운 적이 있다. ‘동투르키스탄이슬람운동(ETIM)’ 등의 단체가 분리독립을 요구하며 테러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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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