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주 20주기 추모의 밤 행사 열려… 창비에선 시전집-평론집 펴내
이시영 시인(오른쪽)이 사회를 맡은 ‘김남주를 생각하는 밤’에서 고인을 회상하는 소설가 황석영.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현실의 불의와 모순에 항거한 김남주 시인(1945∼1994·사진)의 20주기를 맞아 지난달 28일 서울 연희문학창작촌에서 ‘김남주를 생각하는 밤’이 열렸다. 김남주의 선후배와 벗들은 무대와 객석의 경계 없이 앞다퉈 추억을 퍼즐 맞추듯 그의 생애를 복원해 갔다.
시인의 대학(전남대) 선배인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은 김남주를 처음 만난 1969년으로 시간여행을 떠났다. 어수룩하고 말수 적었던 시인은 가끔 선배의 집에 들러 서재에서 책만 뒤적거리다 돌아가기 일쑤였다. 그러던 그가 반유신투쟁 지하신문인 ‘함성’과 ‘고발’을 제작, 배포해 투옥되기까지 5년여의 시간을 회상했다. 김남주가 1974년 여름 계간 ‘창작과비평’에 시로 등단했을 때 둘이 손잡고 팔딱팔딱 뛰었던 기억도 생생했다.
창비는 20주기를 맞아 그의 시 519편을 실은 ‘김남주 시 전집’과 평론집 ‘김남주 문학의 세계’를 펴냈다. 여러 시집에 중복 수록되면서 개제(改題), 개고된 경우가 많은 그의 시를 면밀히 검토해 시 텍스트를 확정하고, 집필 시기를 확인해 시의 순서를 배열했다.
김남주가 남긴 시 가운데 360여 편은 옥중에서 씌어진 것이다. 남민전(남조선민족해방전선) 사건으로 1979∼89년 감옥에 갇힌 동안 우유갑이나 담뱃갑 은박지에 썼다. 시 전집과 평론집을 엮은 문학평론가 염무웅은 “김남주에게 감옥은 생산적 창조의 현장, 집필실이었다”면서 “한세상 벅찬 삶을 산 사람으로 그를 세상에 알리는 것이 내 임무”라고 말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