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용 기자
그런데 기자가 지난 주말 이웃과 모인 자리에서 ‘집값 상승’ 기사를 읽은 뒤 실제 어떤 생각이 드는지 물어보니 훨씬 복잡한 반응들이 쏟아졌다.
우선 2000년대 중반부터 ‘집을 살까 말까’ 고민했지만 번번이 때를 놓쳤다는 A 씨 부부는 “집값이 오른다 하면 ‘이제는 정말 사야 하나’ 하다가도 급매물이 소화된 정도인데 언론이 너무 앞서 나가는 것 같다는 느낌도 든다”고 했다. 심지어 집값을 띄우려는 정치적 배경이 있지 않을까 하는 음모론을 의심하기도 한다는 것. 또 다른 세입자 B 씨는 “과거 버블의 기억을 되살려 ‘절대 무리하지 말자’는 다짐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요즘 세입자들은 고민 중이지만 당장 적극적으로 매매할 뜻은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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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집값 상승 움직임을 전하는 기사들에 사람들은 대체로 A∼E 씨 같은 5가지 유형의 반응을 보이리라 생각된다. 어쨌든 심리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다. 심리는 중장기적으로 주택 거래에 영향을 주기 마련이다. 자,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 심리전에서 이길 수 있을까?
2001년 초부터 2006년 중반까지는 이른바 ‘부동산 대세 상승기’였다. 이 기간 주택 가격은 40%가량 상승(국민은행 주택매매가격 지수 기준)했다. 언론 기사는 집값의 미래를 예측한 것이 아니라 가격의 뒤를 따라다녔다.
인터넷에 ‘부동산, 아파트, 대세 상승’이라는 키워드로 기사 검색을 해봤더니 가격 상승기 초반이던 2001년 4∼9월 관련 기사 건수는 20건이지만 가격이 꼭짓점을 찍었던 2006년 하반기에는 102건에 이르렀다. 이런 기사의 후행성은 흐름을 뒤따라가는 기사의 특성상 생긴 현상이다. 주목할 점은 주택 관련 기사량이 크게 늘었을 때 매매를 결정하면 때를 놓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집값 관련 기사의 절대량은 많지 않다. 거래가 본격화하면 관련 기사가 늘어나는 한편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고 호가를 올릴 것이다. 그 결과 집을 사려던 수요자는 가격의 꽁무니를 쫓아다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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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씨 유형 세입자는 현재 살고 있는 집의 매매가 대비 전세금 수준, 향후 살고 싶은 지역의 매매가 수준, 은행 대출 등을 통해 빌릴 수 있는 자금 규모, 금융상품 투자 계획을 종합적으로 따져 집을 매입할지 결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지금 살고 있는 집의 전세금이 매매가의 80%까지 올랐는데 앞으로 살고 싶은 지역의 집값이 많이 떨어진 상태라고 해보자.
현재 연간 대출금 원리금 상환액이 연소득의 10%가 안 된다면 추가 대출을 받아 거주 희망 지역에서 급매물을 찾아보라. 만약 지금 전세로 사는 집이 앞으로도 살고 싶은 집이라면 빨리 협상을 시작하라. 하지만 노후 대비 투자 계획을 치밀하게 짜뒀는데 집 구입으로 이 계획이 무너진다면 집을 사지 않는 편이 낫다. E 씨 유형에 속하는 사람은 전세를 끼고 산 집을 언제까지 보유할지 정하라. 지금의 전셋집에서 나와 자신이 구입한 집에 입주하는 게 좋다.
세계에서 부동산으로 가장 많은 돈을 번 도널드 트럼프는 “과거에서 배우라”는 말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그는 “전적으로 현재에 초점을 두고 미래를 위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래야 재미를 볼 수 있다(투자에 성공할 수 있다)”고 했다. 그의 말을 적용하면, 2000년대 초중반 같은 대세 상승은 잊어야 한다. 당신의 현재를 분석해 부동산이 본격적으로 뜨기 직전에 내 집을 마련하든지, 전세로 계속 살지를 결정하라. 과거 무리하게 집을 샀다가 발목이 잡힌 사람이라면 앞으로 진행될 한시적인 가격 상승기에 애물단지를 처분하라.
홍수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