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2500 → 4000원’… 국회승인 남아
방송통신위원회는 28일 전체회의를 열고 전체 상임위원 5명 중 여당 측 3명 찬성, 야당 측 2명 반대로 수신료 조정안을 의결했다. 조정안은 다음 주 국회로 넘어간다. 하지만 벌써부터 KBS가 수신료만 올리고 약속한 광고 축소 및 자구 노력을 제대로 안 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 수신료 올리는데 광고 감축은 미적지근
KBS는 공영방송임에도 광고를 재원으로 하다 보니 민영방송과 시청률 경쟁을 벌이면서 ‘막장 방송’이라는 비판을 받는 일이 많았다. 방영 내내 ‘막장 드라마’라는 비판을 받으면서 최근 높은 시청률로 종영한 ‘왕가네 식구들’이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수신료 인상이 KBS의 광고의존도를 낮추고 궁극적으로는 광고 철폐로 이어지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KBS가 조정안에서 향후 광고 폐지를 위한 로드맵을 제시하지 않은 것도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약속한 대로 2019년 광고를 완전히 없애려면 2017년과 2018년 광고 추가 축소 등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필수다. 이경재 방통위원장은 이를 두고 “수신료 올리고 광고를 일부 줄여 입 닫을 속셈 아니냐”고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토로하기도 했다.
유일상 건국대 명예교수는 “수신료 수입과 광고 수입을 함께 올리는 KBS는 사실상 방송시장을 독점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다양한 매체를 육성하기 위해서라도 ‘광고 매출이 총 매출의 몇 %를 넘으면 안 된다’ 등의 명확한 기준을 정해 KBS 광고를 제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인건비 매년 올리겠다는 자구안
KBS는 2011, 2012년 2년 연속 적자를 냈으며 2013년 실적도 약 270억 원 적자로 예상된다. 경영난의 원인으로는 그동안의 방만 경영이 첫손에 꼽힌다.
KBS의 1인당 평균 보수는 2012년 기준으로 9276만 원에 이른다. 전체 예산 중 인건비 비중은 2012년 기준 32.2%로 영국 BBC(28%), 일본 NHK(27%)보다 높다. 이 때문에 수신료 인상과 함께 KBS의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강도 높은 체질 개선이 없으면 수신료 인상의 효과가 일회성에 그쳐 몇 년 후 다시 경영난을 핑계로 수신료 인상을 요구하거나 광고 물량을 슬쩍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방통위는 이날 수신료 인상안을 의결하면서 인건비를 5% 절감하고, 2019년 광고 폐지를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하라는 단서를 달았다. 또 수신료 회계와 광고 회계를 분리하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국회에서 보다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자구 노력안이 제시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종관 미디어미래연구소 정책연구실장은 “수신료 인상이 국민의 부담을 필연적으로 증가시키는 만큼 경영 효율화를 위해 더욱 강도 높은 자구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 미디어렙A 설립인가 받아
한편 방통위는 이날 회의에서 종합편성채널의 방송광고 판매를 대행할 미디어렙A(채널A), JTBC미디어렙(JTBC), 조선미디어렙(TV조선) 설립을 허가했다. 채널A는 미디어렙 설치 유예 기간이 4월에 만료됨에 따라 자체 미디어렙 출범을 준비해왔다. 미디어렙A는 이달 자본금 납입을 마치고 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다. 4월에는 광고주 초청 설명회를 마친 뒤 본격적인 활동에 착수한다.
장원재 peacechaos@donga.com·구가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