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박병호. 스포츠동아DB
박병호, 지인에게 선물하려던 원정 사인 유니폼 실수로 챙겨와
“일본 선수들이 보고 이상하게 생각할까봐 민망하다”며 쑥스러움 토로
요코하마 선수들은 박병호 유니폼보다 ‘2년 연속 MVP’의 명성에 더 관심
넥센 4번타자 박병호(28)는 요즘 연습경기에 앞서 원정 유니폼을 입을 때마다 남몰래 울상을 짓는다. 유니폼 뒤편에 새겨진 자신의 등번호 ‘52’ 아래에 친필 사인 하나가 쓰여 있는데, 그 사인이 바로 박병호 자신의 것이기 때문이다. 평소 좋아하는 메이저리거의 사인이 있다고 해도 민망할 텐데, 자신의 친필 사인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서야 하니 왠지 얼굴이 화끈거릴 수밖에 없다. 27일에는 한국도 아닌 일본프로야구 요코하마와의 경기가 열렸기에 더 그랬다. 박병호는 “한국선수들에게야 이유를 설명하면 되지만, 일본선수들은 ‘저 선수 뭐냐’고 할 것 아니냐”며 난처하게 웃어 보였다.
사연이 있다. 캠프로 떠나오기 전 지인에게 사인 유니폼을 부탁 받은 박병호는 흔쾌히 홈과 원정 유니폼에 하나씩 사인을 해서 라커 안에 고이 보관해놓았다. 그런데 캠프를 떠나려고 짐을 챙기는 과정에서 그만 선물용 유니폼 한 벌을 경기용으로 챙겨온 것이다. 홈 유니폼은 흰색이라 검정색 펜으로 쓴 사인이 금방 눈에 띄지만, 원정 유니폼은 진한 버건디 색이라 자세히 보지 않으면 헷갈리기 쉽다. 박병호는 “다행히 색이 진해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괜히 민망한 건 사실”이라며 “일본선수들이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쑥스러워했다.
오키나와|배영은 기자 yeb@donga.com 트위터 @goodgo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