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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CT “2분만에 끝”… MRI ‘쿵덕쿵덕’ 소음에 깜짝 놀라

입력 | 2014-02-24 03:00:00

[기자 체험 클리닉]<2>CT-MRI 비교체험




본보 최지연 기자가 컴퓨터단층촬영(CT·위쪽 사진)과 자기공명영상(MRI·가운데 사진) 검사를 직접 체험했다. 정승은 서울성모병원 영상의학과 교수(아래쪽 사진 왼쪽)가 촬영을 끝낸 기자에게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아래쪽 사진을 보면 MRI 촬영 결과(왼쪽 화면)가 CT 결과보다 뇌의 구조가 선명하게 나타난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 “CT나 MRI 한번 찍어봐야 되는 거 아냐?” 요즘 들어 머리가 지끈지끈 쑤신다는 기자의 말에 친구가 무심코 한마디 내뱉었다. “그러게….” 힘없이 대답하던 기자는 이참에 검사를 한번 받아봐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컴퓨터단층촬영(CT)과 자기공명영상(MRI) 중 뭘 찍어봐야 하지?’ 솔직히 기자는 CT와 MRI가 어떻게 다른지, 언제 어떤 검사를 받아야 하는지 잘 몰랐다. 주변에 물어봐도 마찬가지. 둘의 차이를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의외로 드물었다. 기자는 이러한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CT와 MRI 검사를 직접 체험해보기로 했다. 20일 머리엔 부디 아무 이상이 발견되지 않길 바라며 서울성모병원을 찾았다. 》

○ CT… 방사선 활용 2분 만에 끝나


이날 오전 11시 서울성모병원 영상의학과 진료실. 검사에 앞서 정승은 영상의학과 교수와 20여 분간 상담 시간을 가졌다. 기자의 증상을 들은 정 교수는 “일반적인 스트레스성 두통인 것 같으나 일단 CT 촬영으로 뇌에 종양 등이 있는지 확인해보자”고 말했다.

CT 촬영실에 들어서자 가운데가 뻥 뚫린 커다란 원형 촬영 기계가 눈에 들어왔다. 검사대에 눕기 전 기자가 급히 시계와 팔찌를 풀려고 하자 CT 담당 의사는 “머리 쪽만 X선 발생장치가 있는 촬영 기계로 들어가니 상관없다”고 일렀다. 기자는 외투만 벗고 다른 옷은 그대로 입은 채 검사대에 누웠다. 만약에 흉부나 복부 쪽에 CT를 찍었다면 시계나 팔찌, 벨트 등 X선에 노출되는 부위의 금속제품은 착용하지 말아야 한다.

둥그런 촬영기계 입구 쪽으로 검사대가 이동했다. 머리 부분이 촬영 기계 안 쪽으로 들어가자 위 아래로 몇 번 더 움직이던 검사대가 곧 멈췄다. 냉동창고 터번이 윙 하고 돌아가는 듯한 소리가 들리더니 촬영은 2분 만에 끝났다. ‘아니 이렇게 빨리 끝나다니….’

의사는 “CT는 X선을 인체에 여러 각도로 투과시켜 이를 컴퓨터로 영상화하는 촬영기법”이라며 “검사 시간 2분 중 X선이 머리에 노출된 시간은 단 10초뿐이었다”고 말했다. CT 촬영시 방사능 피폭량은 복부의 경우 약 8밀리시버트(mSv), 흉부는 5∼6mSv, 두부는 1∼2mSv다. 의사는 유전자 변이 등 몸에 나쁜 영향을 주는 방사선 피폭량이 100mSv 이상인 걸 감안하면 이는 위험한 수준은 아니라고 기자를 안심시켰다.

○ MRI… 자기장 활용 오래 걸리고 복잡


CT 촬영을 끝낸 뒤 곧장 MRI 촬영실로 이동했다. MRI 촬영은 강력한 자기장이 형성된 촬영기계 속에 사람이 들어간 뒤 촬영 부위에 고주파를 전사하는 방식이다. 몸 안의 수소 이온들이 고주파와 자성(磁性)에 반응할 때 컴퓨터가 이를 영상화한다.

이 때문에 자성에 반응하는 모든 금속 제품은 촬영에 방해가 될 수 있다. CT 촬영 때와는 달리 촬영 전 옷을 모두 탈의하고 가운으로 갈아입어야 했다. MRI 담당 촬영 의사는 기자에게 보청기나 틀니 등 몸에 착용한 금속 제품이 없는지 두 번 세 번 점검했다.

검사대에 눕자 의사는 기자의 양쪽 귀에 귀마개를 꽂고 두툼한 헤드폰까지 덧씌웠다. 기계소음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머리 위로는 하얀색 코일을 덮었다. 촬영 부위 쪽으로 고주파 신호를 좀 더 세밀하게 받아들이기 위해서였다. 검사 전에 불편한 사항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들었다.

그러나 막상 CT 기계보다 좁은 입구가 눈에 들어오자 기자는 답답함을 느꼈다. 기자의 마음을 알아차린 듯 의사는 잠망경을 가져와 코일 위에 고정시켰다. “기계 안으로 들어가면 폐쇄공포증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며 “잠망경으로 바깥 촬영 장소가 보이게 하면 덜 무서울 것”이라고 일렀다. 왼손에는 고무 버튼을 쥐여줬다. 버튼을 누르면 헤드폰을 통해 기계를 작동하는 사람과 간접적으로 대화할 수 있다.

‘둥둥둥둥둥…’ 촬영이 시작되자 먼 북소리 같은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곧 이어 ‘쿵덕쿵덕’ 하는 각종 소음들이 연달아 반복됐다. 헤드폰에서 들려오는 클래식 선율이 묻힐 정도의 엄청난 소음이었다. 기자는 갑갑하고 긴장됐지만 그 와중에도 긴 촬영으로 인해 잠시 잠이 들었다. 깨어보니 30분이 흘렀고 촬영은 끝나 있었다.

○ CT는 골절, MRI는 종양 근골격계질환에 효과적

CT와 MRI 두 영상을 판독한 결과 다행히 기자의 뇌는 정상이었다. 머리 뒤편 소뇌 주변에 3∼4cm 정도의 물혹이 발견됐지만 크게 걱정할 건 아니었다. 정 교수는 “뇌의 물혹은 흔한 증상”이라며 “있어도 전혀 문제될 것 없다”고 말했다.

MRI는 CT보다 검사시간도 오래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들어간다. 또 CT는 보험혜택이 있지만 MRI는 대개 비보험이다. 하지만 CT에서 볼 수 없었던 뇌의 해부학적 구조를 자세히 확인할 수 있었다. 소뇌 주름 하나하나, 뇌혈관 및 혈류 등 미세한 부분들까지 보였다. 뇌혈관은 CT로도 확인이 가능하지만 조영제를 혈관에 주입해서 촬영해야 볼 수 있다. 조영제 알레르기도 생길 수 있어 조심스럽다. 대뇌의 속 구조인 백질과 회백질은 두 영상 모두에서 보였지만 MRI 영상에서 더욱 뚜렷했다.

정 교수는 “뼈에 금이 가거나 부러진 경우는 CT가 훨씬 잘 잡아내지만 미세한 종양이나 근골격계 질환 등 자세한 검사가 필요할 땐 MRI가 더 정교하다”며 “두 기계는 증상 및 질병에 따라 활용법이 다르다”고 말했다.

최지연 기자 lim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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