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만에 남북 이산상봉]“21세기 이산가족, 탈북자에겐 재회의 날 언제…”
하지만 거동이 불편함에도 휠체어에 의지해서라도 기어코 북쪽의 가족을 만나겠다는 상봉자들의 절박함. 그리고 60여 년의 생이별이 만들어낸 드라마보다 더 애절한 사연에는 가슴 한 곳에서 무엇인가 뜨거운 것이 솟구쳐 올랐단다. 박예주 씨(21)는 “수십 년간 못 보다가 언제 돌아가실지 모를 고령이 돼 다시 만나는 모습은 감동 그 자체였다”고 말했다.
뉴스를 보다가 눈물이 그치지 않아 끝까지 방송을 지켜보지 못한 탈북미녀도 있었다. 김진옥 씨(29)는 “수십 년간 헤어져 있던 가족이 상봉해 서로 부둥켜안고 얼굴 비비고 하는 모습에 너무 가슴이 아팠다”고 토로했다. 이어 “자매 사이인 80대 할머니들이 함께 앉아 있었는데 북한에 사는 동생이 더 나이 들어 보였다”며 “언니의 심정이 어떨까 생각하다 보니 가슴이 아파 더이상 시청할 수가 없었다”고 울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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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북녘에 두고 온 친지들에 대한 진한 그리움은 숨길 수 없었다. 어머니와 함께 중계를 봤다는 유현주 씨(36)는 “탈북자들도 저렇게 북에 두고 온 가족을 만나는 날이 오면 좋겠다”며 “일회성 만남이 아니라 통일이 돼 마음껏 북한을 드나들며 가족을 만나고 싶다”고 전했다.
탈북자라는 사실 때문에 이산가족 상봉 신청을 할 수조차 없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도 토로했다. 주찬양 씨(24)는 “직계가족은 함께 남한으로 들어왔지만 부모님만 하더라도 북한에 가족이 남아 있다”며 “탈북자들이야말로 ‘21세기의 이산가족’인데 남북 관계가 더 좋아져 탈북자들을 위한 이산가족 상봉 기회도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순실 씨(44)는 “실향민은 일말의 희망이라도 있는데 탈북자들은 통일 전까지는 아무런 희망이 없다”며 “우리 발로 나왔으니깐 북한에 찾아가지도 못하고 통일이 되기 전에는 이산가족의 축에도 못 끼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달나라도 갈 수 있지만 한반도는 남북으로 분단이 돼 서로가 있는 곳에 가지 못하고 이산가족이 생겨난 현실이 너무 가슴 아프다.” 우리 안의 ‘작은 통일’을 이룬 탈북자 김현정 씨(36)가 간절히 소망하는 것은 남북 간의 자유로운 왕래였다.
권오혁 hyuk@donga.com·손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