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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공부 못하게 하는 법 말고 잘하게 하는 법 만들라

입력 | 2014-02-20 03:00:00


선행(先行)학습을 금지하는 법안이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와 법사위원회를 통과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이 법안은 국회 본회의를 거쳐 가을 학기부터 시행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 법에 따르면 대입 논술고사는 고교 과정을 벗어날 수 없고, 외국어고 과학고 등에서 특정 학년 수준을 벗어난 어려운 시험문제를 낼 수 없다. 학원이 선행학습을 광고할 수도 없다.

이 법 가운데 대입과 고입에서 선행 과정 평가를 금지하는 조치는 어느 정도 사교육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특목고 진학을 위한 과열 경쟁도 다소 줄어들 수 있다. 반면 사교육 경감 효과가 거의 없을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수학의 경우 선행학습과 심화학습을 칼로 무 자르듯 나누기 어렵다. 영어는 학교 성적보다는 어릴 때 외국어를 습득해야 한다는 실질적인 이유에서 미리 배우는 학생이 많다.

정치권과 정부가 궁리해 내는 교육 정책은 사교육비 경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학생들이 가고 싶은 대학이 얼마 안 되는 현실에서 경쟁은 불가피하다. 선행학습을 막고 시험을 쉽게 내면 ‘풍선 효과’로 다른 부작용이 생기게 된다. 지금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과거보다 쉬워서 학생들은 풀었던 문제를 풀고 또 풀면서 ‘실수 안 하기’에 온 힘을 쏟고 있다.

학습 능력이 뛰어난 젊은 시절에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필요하다. 다만 평생 자산이 될 수 있는 공부를 시켜야 한다. 달달 외는 주입식 교육, 학교가 가르치는 정답 빼고 다른 것은 다 틀렸다는 교육, 국영수 위주의 이론과 문제 풀이에 치우친 교육으로는 21세기에 적합한 창의적 인재를 기를 수 없다. 교육의 틀을 확 바꿔서 심신의 균형을 이루는 체육활동, 동서고금의 양서(良書)를 섭렵하는 독서, 글로벌시대에 필요한 외국어능력, 음악 미술 같은 예능교육을 더 강화해야 한다. 예체능 사교육이 성행할까봐, 교사를 못 믿어서, 성적 시비를 막겠다는 이유로 언제까지 주입식 단답식 교육제도를 유지할 것인가.

‘사교육 잡기’가 교육정책의 목표가 될 수는 없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18일 칼럼을 통해 ‘교육 격차를 줄이고 전반적 성취도를 높일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은 교육시스템에 경쟁을 도입하는 것’이라고 했다. 융합형 인재를 만들기 위한 큰 그림을 그리면서 공교육 수준을 높이기 위해 학교별 지역별 경쟁을 해야 한다. 일부 자사고에서 도입한 탐구식 토론식 교육 방법을 공교육에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산업화시대에도, 지식정보화시대에도 가장 중요한 미래 투자가 교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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