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곡의 원래 이름은 ‘헝가리풍 론도 카프리치오’였습니다. 악보에 적혀 있던 짧은 메모가 오늘날 대신 제목처럼 쓰이고 있죠. 그런데 이 ‘제목’은 베토벤이 아니라 그의 비서였던 안톤(1795∼1864) 신들러가 적어 넣은 것입니다.
신들러는 베토벤이 죽은 뒤 그의 방대한 필담(筆談) 대화록을 정리하고 그의 전기를 쓴 인물입니다. 고독한 거인의 면모를 세상에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죠. 베토벤의 교향곡 5번이 ‘운명’으로 알려진 것이나,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17번이 ‘템페스트’로 불리게 된 것도 신들러의 기록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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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오늘날 음악학자들은 신들러의 기록이 그대로 믿기 힘들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그가 베토벤을 12년 모셨다는 주장부터 두 배 부풀린 것이며, 대화록도 많은 부분 위조되었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이제는 교향곡 5번을 ‘운명’으로 부르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신들러가 적어 넣은 ‘잃어버린 동전에 대한 분노’라는 피아노곡 제목도 베토벤의 뜻과는 관계가 없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그렇지만 곡을 듣다 보면 이 제목은 꽤 적절한 묘사처럼 여겨집니다. 짜증나고 안절부절못하는 느낌을 묘사하는 데 끌어오면 제격이죠.
20일 연주회에서는 베토벤의 피아노 소품들과 소나타 8번 ‘비창’을 비롯한 대곡들을 나란히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소품 중 한 곡은, 베토벤 사후 40년 뒤에야 출판되었고 어느 여성에게 헌정된 것으로 보이지만 그 여성이 누구인지 모호해 치열한 연구 주제가 되었던 작품입니다. 연주해보신 일 없으신가요? 그 곡의 제목은 ‘엘리제를 위하여’입니다.
유윤종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