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샘물·정책사회부
윌리엄 스윙 국제이주기구(IOM) 사무총장과 여성가족부 장관의 면담을 앞둔 13일 여성부 관계자가 기자에게 수차례 이러한 조건을 달며 취재를 요청했다.
1951년 설립된 IOM은 전 세계 155개국이 회원으로 가입된 정부 간 기구다. 이주민 역량개발과 인권보호를 위한 프로그램들을 운영해오고 있다. 다문화가족 정책과 관련해 참고할 사례도 많이 축적돼 있다. 스윙 사무총장은 40년간 미국 외교관으로 근무한 뒤 2008년 사무총장 자리에 올라 이 분야의 전문성도 평가 받는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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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부가 기자에게 취재를 처음 의뢰한 것은 6일. 그때 기자가 “사무총장과 장관님의 면담 시간이 짧은 것 같다”고 하자 여성부는 “동아일보에 기사가 나갈 수 있다면 두 분의 면담 시간도 늘리겠다”고 말했다. 그러곤 13일, 여성부는 앞서 말한 것처럼 장관 중심으로 취재하고 기사화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이에 대해 기자가 “중요한 건 정책이지 장관님 동정이 아니지 않느냐”고 반박하자 잠시 후 돌아온 대답은 이러했다. “취재는 없던 걸로 하고 장관님은 기자 없이 면담만 하겠습니다.”
여성부는 다문화가족 관련 현안에서 정책보다 ‘장관님 홍보’를 앞세울 만큼 한가한 상황이 아니다. 여성부는 지난달 관계 부처 합동으로 다문화가족정책 개선방안을 발표한 이후,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여성부가 12일 개최한 ‘2014 지역센터(건강가정지원센터·다문화가족지원센터) 평가설명회’에 전국의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종사자 수백 명이 “여성부 제발 정신 좀 차려라”라는 피켓을 들고 반발성명을 발표해 아수라장이 되기도 했다.
IOM 관계자는 “한국 정부의 정책은 다문화가정을 ‘우리와는 다른, 도와줘야 할 사람들’로 인식하게 만든다. 사회통합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책적으로 개선해야 할 점이 아직 많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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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샘물·정책사회부 ev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