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은 고달프다]대학 졸업자 1070명 조사
대학생의 절반 이상은 최 씨처럼 큰 빚을 떠안은 채 졸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대학 졸업자 107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대학 재학 중 학자금 대출을 받은 경험이 있는 사람은 10명 중 8명(74.5%)꼴이었다.
대출 규모는 평균 1445만 원이었고 2400만 원 이상의 빚을 진 사람도 여섯 명 중 한 명 정도(17.8%) 됐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53.1%)이 대출을 받은 학기가 받지 않은 학기보다 많았다고 했다.
이들은 상당한 빚을 진 채 대학 시절을 보내다 보니 첫 직장을 정하는 데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입을 모았다. 빚을 갚는 게 급선무가 되다 보니 직장 선택의 기준도 진로나 적성이 아니라 급여 수준, 합격 가능성 등이 우선이 됐다는 것이다.
학자금 대출 1000만 원을 빌린 졸업생 김모 씨(25)는 교사를 희망하고 있지만, 이미 빚이 있는 데다 대학원 학비가 걱정돼 졸업 후 1년 내내 행정인턴부터 헬스장 아르바이트, 은행 청원경찰 등을 전전하고 있다. 그는 “미래를 보며 산다기보다는 당장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는 것 같아 암담하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 45.5%(복수 응답)는 “빨리 취업하기 위해 (적성보다는 합격 여부를 우선시하는) ‘묻지 마 지원’을 했다”고 말했다. 다른 부작용도 많았다. 응답자들은 대출 부담으로 인해 ‘자신감 및 취업 의욕 상실’(29.9%) ‘우울증 등 심리기능 저하’(27.7%) 증세를 겪었다고 응답했다. ‘아르바이트 등으로 구직활동에 집중하지 못했다’(17.2%) ‘취업이 잘되는 분야로 진로를 변경했다’(16.9%)는 응답도 상당수였다.
대학생들의 ‘빚쟁이 학창 시절’은 입학과 함께 바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았다. 같은 날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예비 졸업생 228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6명가량(55.9%)이 1학년 때부터 본인 명의로 빚을 지기 시작했다고 응답했다. 대출을 내기 위해 대부업체 등 사금융 기관을 이용했다는 답변도 8.8%로 10명 중 1명꼴이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이경은 인턴기자 서울대 지리교육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