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판문점서 고위급 회담… 남북한 현안 ‘빅딜’ 시험대
○ 북한이 한국과의 대화가 절실한 이유
한국 정부 관계자는 북한의 남북대화에 대한 적극성을 두고 “장성택 처형 이후 중국과의 관계마저 정상이 아닌 북한으로선 외자 유치로 경제난과 국제적 외교적 고립이라는 난국을 벗어나기 위해 한국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센터 소장은 “남북관계 진전을 발판으로 나빠진 대외 이미지를 회복하고 중국 미국과 관계를 개선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회담 대표의 급과 회담 시기에 대해서는 8일 이후 11일까지 수차례 판문점 남북 연락관 통화로 비밀리에 의견이 오갔다. 11일 오후에야 12일 회담 개최에 남북이 합의했다.
○ 청와대, “남북대화 이어가는 게 1차 목표”
청와대가 이번 회담에 직접 나선 이유는 북한의 강한 요구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북한의 그런 요구에 응해야 하는지 찬반양론이 있었지만 ‘일단 나가서 북한 얘기를 들어보자’는 의견이 더 많았다”고 전했다. 즉, 실무급 회담에서 먼저 협상한 뒤 고위급 회담으로 나아가는 보텀업(bottom-up) 방식으로는 북한의 포괄적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확인하고 남북관계를 근본적으로 진전시킬 모멘텀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통일부는 “사전에 정해진 의제가 없다”고 밝혔지만 이산가족부터 북핵 이슈까지 남북관계의 본질적 문제가 모두 테이블에 올려질 것으로 보인다. 천영우 전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이명박 정부)은 “북한은 이산가족 문제나 한미 군사훈련보다 (중대제안에서 주장한) 상호 비방과 대북 심리전 중단을 최우선 해결과제로 꺼낼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측은 “북한이 어떤 얘기를 하든 말려들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접촉에서 성과가 있을 경우 2차, 3차 남북대화를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남측 수석대표를 맡은 김규현 차장은 미국통의 정통 외교관 출신이다. 북한 업무를 직접 맡은 적은 없지만 외교부 장관 특별보좌관과 차관 시절 북핵문제를 다뤘다. 북측 수석대표인 원동연 부부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싱가포르 남북 비공개 접촉의 막후 메신저 역할을 하는 등 남북협상 베테랑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