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뉴욕자연사박물관 켄들-맥피 박사 방한 인터뷰
6일 오후 서울 국립민속박물관에서 만난 로럴 켄들 박사(왼쪽)와 로스 맥피 박사. 인류학자와 동물학자인 두 사람은 미국 뉴욕자연사박물관에서 함께 일하고 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국립민속박물관에서 만난 미국 뉴욕자연사박물관의 로럴 켄들 박사는 미국에서 손꼽히는 ‘한국통’ 인류학자다. 1960년대 말 평화봉사단으로 한국에 파견됐던 인연으로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한국 무속신앙을 다룬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금도 한국말로 대화하는 데 거의 불편이 없다.
켄들 박사는 7일 국립생태원과 민속박물관이 공동 주최한 국제융합학술대회 ‘인간 동물 관계의 이미지와 재현’에 참석차, 같은 박물관 동료인 동물학자 로스 맥피 박사와 함께 방한했다. 세계적 자연사박물관 학자들로서 이 학술대회에서 논의하는 자연과 문화의 융합에 대한 관심과 고민을 나누기 위해서다. 특히 국내에서 20년간 지지부진했던 국립자연사박물관 건립 재추진 목소리가 최근 다시 나오고 있어 이들의 발언에 상당한 관심이 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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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박사는 뭣보다 ‘흥미로운 전시(exciting exhibition)의 지속적인 개최’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이 힘을 합쳐 자연사 전시의 가치를 국민에게 인식시켜야 한다는 것. 켄들 박사는 “작아도 내실 있는 전시를 열면 관객들이 스스로 ‘이래서 자연사박물관이 필요하구나’ 하고 깨닫는다”며 “정부의 정책추진보다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더 중요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뉴욕자연사박물관에서 기획한 특별전 ‘말(The Horse)’은 상당한 시사점을 던진다. 이 전시는 6000년 전부터 말이란 동물을 가축화한 과정과 함께 인류 문화 형성에 말이 어떤 역할을 했는가를 되짚은 전시였다. 맥피 박사는 “몽골의 경마대회나 서양의 승마치료처럼 자연과 인류의 역사가 현대에 어떤 자산을 남기고 있는지 주목했다”고 말했다.
“뉴욕자연사박물관은 요즘 자연사에서 학문 영역 파괴는 물론이고 지정학적 구분도 지워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예를 들어 한국과 중국, 일본으로 갈라졌던 상설전시관을 아시아관으로 통합하는 거죠. 크게 보면 인간도 자연의 일부분이잖아요. 국경도, 학문 경계도 인간이 만든 잣대죠. 그 틀을 깨는 게 자연사박물관의 출발점이어야 합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