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격투기 데뷔 한일전서 승리한 개그맨 윤형빈
개그맨 윤형빈이 9일 서울에서 열린 종합격투기 데뷔전에서 일본의 다카야 쓰쿠다를 때려눕힌 뒤 주먹을 불끈 쥐었다. CJ E&M 제공
9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로드FC 014’ 라이트급 경기에서 그는 열한 살 어린 일본의 다카야 쓰쿠다(23)를 꺾고 종합격투기 프로 데뷔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초반에 펀치를 맞고 휘청댔지만 4분 만에 다카야의 얼굴에 오른손 주먹을 날려 승기를 잡은 뒤 공격을 집중해 TKO로 이겼다.
경기가 끝난 뒤 함께 포즈를 취한 윤형빈(왼쪽)과 다카야 쓰쿠다. CJ E&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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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떨떨하다. 꿈만 같다. 후련하다. 여러 감정이 머릿속을 오간다.”
―아픈가.
“오른손 라이트 펀치 날린 게 너무 셌나 보다. 아직 오른손이 좀 아리다. 경기 끝나고 닥터 체크 받을 때 큰 이상은 없다는 얘길 들었다. 쉬고 있다.”
―어떻게 준비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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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를 앞두고 스파링은 몇 번이나 했고 몇 대나 맞았나.
“셀 수도 없다. 하루에 15명까지 상대해봤다. 돌아가면서 엄청 맞았다. 하루에 수백 대…. 골이 띵하고 눈이 붓고 실핏줄이 터지고 코가 부었다. 화장으로 (상처를) 가리고 방송 출연을 했다. 경기 한 달 전쯤, 맞은 게 누적돼선지 코뼈가 부러졌다는 진단을 받았다. ‘아무것도 아니다’란 마인드 컨트롤로 버텼다.”
―경기 초반에 많이 밀렸다. 그 순간엔 무슨 생각이 들었나.
“너무 긴장해서 첨엔 아무 말도 안 들렸다. 시작 10여 초 만에 호되게 맞고 정신이 번쩍 났다. ‘지면 안 된다’는 생각이 스쳤다. 그제야 감독님, 코치님 지시가 다 들리기 시작했다. ‘준비한 대로’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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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으로 열심히 살겠다. KO 한 방처럼 통쾌한 웃음, 시원한 재미를 드리고 싶다. 운동도 짬짬이 하면서 모든 면에서 단련하고 훈련하는 시간을 갖고 싶다.”
―경기 끝나고 상대 선수 다카야와 얘기를 나눴나.
“서로 ‘고맙다’란 말을 많이 했다. 남자들끼리 주먹 섞고 나니까 언어는 안 통해도 마음으로는 통하더라. 경기해 보면 안다. 한 케이지 안에서 주먹을 섞은 것만으로도 상대에게 감사하게 된다.”
―경기 전에는 다카야와 트위터로 설전을 벌이지 않았나.
“트래시 토크(trash talk·상대의 기를 죽이는 험담)의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를 잘 아는 재밌는 친구였다.”
―2011년 여성 격투기 선수 임수정이 일본 예능 프로그램에서 남성 3명과 겨루다 부상을 입은 것과 관련해, 일본 예능인과 3 대 3으로 붙어보고 싶다고 했는데….
“임수정 씨는 세계적인 파이터다. 옛날이야기를 하기보다 임 씨가 얼마나 훌륭한 선수인지를 사람들이 알아주고 응원해줬으면 좋겠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