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축구단. 사진제공|경찰축구단
2년 후 지원자격 만 27세 이하로 낮춰
국방부 주장 반영…상무와 같은 조건
‘스카우트 라이벌에 대한 견제’ 분석도
경찰축구단 지원자격이 현행 만 30세 이하에서 2년 후 상주상무와 같은 만 27세 이하로 낮춰질 전망이다. 이처럼 경찰축구단의 지원자격 연령이 바뀐 배경에는 상주상무의 견제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경찰축구단과 상주상무는 ‘제로섬 게임’을 벌이는 입장이다. 군 복무 혜택을 받으려는 선수를 놓고 스카우트 경쟁을 벌이는 관계다.
작년 초반 경찰축구단은 상무를 따돌리고 줄곧 선두를 달렸다. 챌린지 최고를 자부하던 상무는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경찰축구단은 9월 말 주축선수들이 한꺼번에 전역하며 기세가 꺾였다. 결국 상무가 선두를 탈환했고,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상무는 강원FC와 승격 플레이오프에서 이기며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재진입의 꿈을 이뤘다. 올 시즌 상무는 클래식, 경찰축구단은 챌린지로 소속이 다르다. 정규리그 맞대결도 없다. 하지만 경찰축구단은 언제든 상무를 위협할 수 있는 잠재적 경쟁자로 올라섰다. 상무는 경찰축구단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이 과정에서 비슷한 성격을 가진 두 구단의 지원자격(경찰축구단은 만 30세 이하, 상무는 만 27세 이하)이 다르다는 점이 거론됐다. 국방부는 상무의 지원자격을 경찰청과 같은 만 30세 이하로 상향조정하려 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자 반대로 경찰축구단의 지원자격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때마침 경찰축구단은 국방부 눈치를 보고 있었다.
상주가 지역구인 김종태 새누리당 의원이 작년 10월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경찰체육단은 국방부가 전환복무요원으로 배정한 의무경찰 신분인데, 치안보조 업무를 하지 않고 선수단 활동을 하는 것은 병역법상 불법이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경찰체육단 해체 논란에 불이 붙었다. 축구 외에도 야구, 육상, 유도, 사격 등에 소속된 100여명의 경찰체육단 선수들은 불안에 떨었다. 그러나 체육발전을 위해 경찰체육단을 없애면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경찰청도 국방부, 문화체육관광부 등과 논의했다. 전투나 치안 이외 요원 일부는 감축하되 경찰체육단은 유지하는 쪽으로 해결점을 찾았다. 경찰축구단은 11일 경기도 안산시청과 연고협약식도 맺는다. 안산시청 관계자는 “해체를 앞둔 축구단과 우리가 연고협약을 하겠나. 절대 해체될 일은 없다는 확답을 받았다”고 말했다.
경찰축구단은 해체는 안 하되 지원자격을 상무와 같은 만 27세 이하로 낮추는 방안은 수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남은 문제는 개정안 시행 시기였다. 국방부 측은 곧바로 올해부터 바꾸기를 원했다. 이 과정에서 상무 관계자가 올해 말 경찰축구단 지원을 고려 중인 선수들에게 전화를 걸어 “규정(지원자격 연령)이 바뀔 거다. 올해 말이 되면 나이가 차서 경찰축구단 못 가고 현역병으로 가야한다. 4월에 상무 추가모집이 있는데 그 때 지원하라”고 권유한다는 소문이 퍼졌다. 경찰체육단 관계자가 발끈해 국방부에 “상무에서 유언비어를 퍼뜨리지 않도록 해 달라”고 항의하기도 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트위터@Bergkamp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