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서 미래전략연구소 기자
또 다른 전임 경영대학장은 “내 아들은 경영학과에 보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영자가 되는 게 인생의 목표라 하더라도 학부에서 4년 동안이나 경영학을 공부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였다.
경영학과의 인기가 올라가면 가장 좋아해야 할 명문대 경영대학장들도 불안해할 정도니, 현재 경영학과의 인기는 과열 상태라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대부분의 종합대에서 경영학과는 인문사회계 중에서 규모가 가장 크고 입학성적 커트라인도 가장 높다. 이유는 역시 취업이다. 경영학과를 다녀야 인턴십, 교환학생 등의 기회를 잡기 쉽고 또 그것이 좋은 기업의 일자리로 이어진다고 학생들은 생각한다. 일리 있는 생각이다. 이제는 대학뿐만 아니라 일부 고등학교에도 스펙 쌓기용 경영 동아리들이 생겨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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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과의 위상이 올라가는 건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미국에서도 가장 많은 학생이 선택하는 전공이 경영(비즈니스) 관련 학과다. 사립대에는 경영학과 학부 과정이 없는 경우도 있지만 주립대에는 대부분 관련 학과가 있다. 미국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2000년 25만 명 정도였던 관련 학과 졸업생 수가 10년 만에 35만 명 수준으로 뛰었다.
하지만 취업도 잘되는 건 아니다. ‘포천’지에 따르면 2012년 미국 경영학과 졸업생들의 취업률과 평균 초봉은 최하위권이었다. 미국 기업이 가장 선호하는 졸업생은 공학 관련 전공자들이다. 공학적 사고와 문제해결 능력은 어린 나이에 대학 교육 안에서만 습득할 수 있지만 경영 관련 지식은 기업 실무에서, 혹은 MBA 등 실무 교육과정을 통해 얼마든지 가르칠 수 있다는 걸 기업들이 깨달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경영학과의 가치가 계속 유지되란 법은 없다. 취업 시장도 결국은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움직인다. 이대로라면 경영학과 졸업생의 초과 공급 시대는 불가피해 보인다. 창업도 좋고 창조경제도 좋다. 그러나 수험생들은 대학 4년간 과연 무엇을 배워야 할지에 대해 좀 더 신중히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그것부터가 미래 경영자의 진짜 자질이다.
조진서 미래전략연구소 기자 cj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