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檢, 권은희 진술 믿고 객관적 사실 확인도 안해”해당 재판부가 심리 맡은 원세훈사건에도 영향 예상檢 부실수사 역풍 우려… 야권선 “특검통해 규명해야”
2012년 대선을 앞두고 국가정보원 선거 개입 사건 수사를 축소·은폐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6일 무죄를 선고받은 뒤 법정을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 전 청장은 “명예를 회복시켜 준 재판부에 감사하다”고 심경을 밝혔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 “권은희 진술에 신빙성 없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이범균)는 “김 전 청장이 대선에 영향을 미칠 고의나 목적이 있었다는 것을 뒷받침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6일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직접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검찰이 내세운 가장 유력한 간접증거였던 권은희 전 서울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당시 수사지휘 라인에 있던 권 전 과장은 “김 전 청장이 압수수색 영장 신청을 보류하도록 외압을 넣었다” “서울경찰청이 댓글을 단 ID와 닉네임을 빼고 (국정원 여직원의) 노트북컴퓨터를 분석한 결과를 보내와 항의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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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김 전 청장이 증거분석 전체 과정을 영상 녹화하고, 분석 과정에 선거관리위원회 직원 등을 참여시키는 등 오히려 수사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권 전 과장의 진술만을 지나치게 믿고 최소한의 객관적 사실 확인조차 하지 않고 공소를 제기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대선 투표 전인) 2012년 12월 16일 경찰의 중간수사 결과 내용에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며 “브리핑 당시 수사를 확대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언급했더라면 오해를 줄일 수도 있었다”고 했다.
김 전 청장은 재판이 끝난 뒤 “저와 경찰 가족의 명예를 회복시켜 준 재판부에 감사드린다. 진실은 결코 변하지 않으며 반드시 밝혀진다는 말을 믿는다”고 말했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 시절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이 원 전 원장과 함께 기소한 사건이 무죄로 결론나자 검찰은 부실 수사 역풍을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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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은 이날 대변인 논평을 통해 “애초부터 무리한 기소였고, 당연한 결과로 판단한다”고 환영했다. 야권은 검찰의 부실수사와 특검을 언급하며 반발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해 “정치권력이 ‘검찰 찍어내기’ 등 강력하게 (검찰의) 수사를 방해할 때 재판 결과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준 예”라고 말했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 측은 “이번 판결로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문제는 특검을 통해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는 점이 다시 확인됐다”고 밝혔다.
신동진 shine@donga.com·길진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