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수리 자격증을 돈을 주고 빌린 혐의를 받고 있는 문화재 보수 업체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입건됐다. 이들은 자격증이 필요한 보수 업체의 등록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자격증을 빌린 뒤 문화재 보수에 나섰다. 이들이 수리한 문화재 중에는 국보 8곳과 보물 39곳이 포함되어 있다. 인간문화재 등 자격증 소지자들은 명의만 빌려 주었을 뿐 공사에 참여하지 않아 무자격 업체에 국보와 보물 수리를 맡긴 꼴이다.
문화재 부실 보수 논란은 지난해 5월 복원된 숭례문에서 단청이 벗겨지고 나무기둥에 균열이 나타나면서 시작됐다. 청와대가 나서 실태 조사를 벌인 결과 전통 방식대로 구웠다는 기와의 내구성에도 결함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산 소나무를 사용한다던 정부 발표와는 달리 외국산 소나무가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후 관련 업계의 해묵은 불법과 비리가 양파 껍질 벗겨지듯 속속 드러나는 중이다.
감독 당국인 문화재청이 직접 관련된 비리도 나오고 있다. 문화재청은 숭례문 복원 당시 “전통 못으로 숭례문을 복원하겠다”고 홍보하면서 공사 현장에 ‘숭례문 대장간’을 설치하고 옛 제철 시설과 공구들을 비치했다. 그러나 실무 작업을 맡은 장인들은 전통 못을 만들어 내지 못했으며 숭례문 복원에는 다른 곳의 못이 사용된 것으로 밝혀졌다. 철강업체인 포스코가 이 사업에 후원금 3억 원을 내놓았으나 돈이 어떻게 쓰였는지 불투명하다. 국보 1호 숭례문 복원에 대한 기대심리와 전통에 대한 국민의 향수를 악용한 사기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