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發 위기 확산… 코스피 33P↓
세계 금융시장 혼돈… 코스피 동반추락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이 과거와 달리 몰라보게 강해졌다지만 4일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에 들이닥친 불안감을 막지는 못했다. 이날 코스피는 외국인의 집중 매도세를 견디지 못하고 전날보다 1.7% 급락해 1,890 선을 내줬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4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3.11포인트(1.72%) 내린 1,886.85로 마감했다. 지난해 8월 28일(1,884.52) 이후 5개월여 만에 최저치다. 전날 미국 증시가 경제지표 악화의 여파로 2% 이상 급락한 것이 큰 악재로 작용했다. 이날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증시가 1% 이상 떨어졌고 브라질 증시는 3% 급락하는 등 글로벌 증시가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특히 일본 증시는 엔화 가치 급등의 영향으로 4% 이상 폭락했다.
일각에서는 아시아를 시작으로 러시아, 남미 등 신흥시장 전반을 뒤흔들었던 1997년 금융위기 국면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시장의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된 만큼 조그만 악재에도 과민하게 반응하는 분위기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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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밝을 때만 해도 미국 경제에 대해서는 온통 낙관론이 지배하는 분위기였다. 작년 미국 증시는 최고의 한 해를 보냈고 기업실적에 대해서도 장밋빛 전망이 많았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이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양적완화 축소를 단행했고 투자자들은 “드디어 5년 만에 미국발 금융위기의 끝이 보인다”며 환호했다.
이런 믿음이 혼란으로 바뀌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지난달 발표된 2013년 12월 고용지표는 시장의 기대치에 턱없이 모자라는 수준이었다. 여기에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가 3일 발표한 올 1월 제조업지수가 51.3으로 지난해 5월 이후 최저치를 나타내며 예상치(56.0)를 크게 밑돌자 “미국 경제의 회복이 생각보다 더딘 것 아니냐”는 우려가 퍼졌다. 최호상 국제금융센터 선임연구위원은 “기업들의 재고 증가, 재정지출 감소, 주택경기 둔화로 미국의 1분기(1∼3월) 성장률이 지난해 말보다 하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둔화 양상이 미국보다 더 확연하다. 최근 중국 당국이 발표한 제조업 및 비제조업 지수가 동반 하락한 데다, 민간 기관들의 성장률 전망치도 계속 낮아지는 추세다. 특히 중국경기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원자재 값이 급락하면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최대 수입국인 중국 경제가 식으면서 2011년 t당 1만 달러를 넘었던 구리가격은 현재 7000달러 선까지 밀린 상황이다.
○ 서로 악영향 주고받으며 불안 증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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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취약국으로 지목되는 나라들도 금리인상 등으로 방화벽을 치고 있지만 환율 방어엔 큰 효과 없이 자국의 경기만 죽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유럽과 일본은 반대로 디플레이션 위기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손성원 미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는 “이번 위기는 한 나라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의 문제기 때문에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며 “미중이 한꺼번에 경기둔화에 빠지면 한국도 상당한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