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진 국립발레단장 첫 출근 날
강수진 국립발레단장(오른쪽 맨 앞)은 4일 첫 출근을 하자마자 연습실부터 찾아가 단원들의 동작을 꼼꼼하게 살펴보며 지도했다. 그는 “올해 하반기에 난도 높은 작품을 올릴 계획”이라면서 “단원들을 쥐어짤 거예요”라며 웃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피아노 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아이보리색 원피스에 롱부츠를 신고 생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그는 단원들 사이사이를 천천히 걸어 다녔다. 손끝, 발끝 동작 하나까지 꼼꼼하게 살폈다. 단원들은 최초의 현역 발레리나 단장인 그의 손길에 몸을 더 곧추세웠다.
강 단장은 1시간 반 동안 꼼짝도 하지 않고 단원들을 지켜봤다. 연습이 끝나자 그의 얼굴에 미소가 흘렀다. 강 단장은 “단원들이 연습하는 걸 보니 하고 싶은 작품들이 떠올랐다”며 “이런 영감을 줘서 고맙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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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단장은 10월경 국내에서 공연한 적이 없는 작품 두 편을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작품 제목을 지금 밝히기는 어렵지만 무용수로서 굉장히 도전해볼 만한 작품이에요. 주연 따로 군무 따로 해서는 절대 안 되기 때문에 단결이 무엇보다 중요한 작품이기도 하고요. 음악도 아름다워서 발레를 잘 몰라도 듣는 재미를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거예요. 기대해 주세요.”
그는 두 작품이 워낙 힘들어 공연을 올리고 나면 단원들의 기량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아마 ‘악’ 소리가 날걸요”라며 웃었다.
강 단장은 오후에 열린 취임식에서도 강도 높은 훈련을 예고했다. “발레는 공식 연습과 리허설만으로 되는 게 절대 아닙니다. 나머지 시간은 스스로 책임지고 훈련해야 합니다. 안 그러면 쥐어짤 거예요.(웃음) 10월에 올릴 새 작품을 하고 나면 새로운 세계가 열릴 겁니다. 최상의 기량이 갖춰지지 않으면 다치니까 알아서 준비하세요. 남자 무용수들은 특히 더 힘들 테니 잘 들으세요.”
전날 귀국한 그는 잠을 거의 못 잤다고 했다. 지난달 30, 31일 독일에서 인스브루크 발레단과 ‘나비부인’을 공연한 뒤 짐 정리만 하고 곧바로 귀국한 강행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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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국립발레단을 세계 주요 발레단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발레리나 강수진보다 국립발레단을 먼저 사랑해 주세요. 좀 더 나은 여건에서 무용수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