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예외를 들자면 독일 작곡가 한스 피츠너(1869∼1949)가 작곡한 오페라 ‘팔레스트리나’입니다. 이탈리아 르네상스 작곡가 조반니 피에를루이지 다 팔레스트리나(1525∼1594)의 모습을 담은 3막짜리 오페라죠. 이 작품엔 교황이 교회 개혁을 위해 소집한 트리엔트 공의회(1545∼1563년)라는 역사적 배경이 깔려 있습니다.
당시 여러 다양한 교회 개혁의 요구와 맞물려 ‘지나치게 복잡한’ 교회음악을 단순하고 간명한 음악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요구가 많았습니다. 그때 교황 비오 4세가 이 사안의 결정권을 가진 추기경들을 초청해 팔레스트리나의 ‘교황 마르첼로의 미사’를 들려주었습니다. 복잡한 다성(多聲) 음악과 개혁파들이 요구한 단순한 음악의 장점을 잘 혼합한 음악이었죠. 추기경들은 만족했고, 다성 음악은 그 뒤에도 계속 교회에서 연주될 수 있었습니다.
1917년 이 곡이 뮌헨에서 초연되자 지휘자 푸르트벵글러를 비롯한 사람들은 금세 ‘피츠너가 자신의 모습을 팔레스트리나에 투영한 거로군’ 하고 알아챘다고 합니다. 이런 사연이 있는 만큼 이 오페라도 20세기 초반 작품으로서는 꽤 ‘보수적’이며 처음 들어도 비교적 이해하기 쉽습니다.
2월 2일은 음악사상의 위대한 절충주의자, 보수주의자였던 팔레스트리나가 세상을 떠난 지 420년이 되는 날입니다. 하루 뒤인 3일은 그의 489번째 생일이기도 합니다.
유윤종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