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보도되자 묘비-경계석 없애 다른곳에 보관한듯… 13기는 그대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외조부 묘가 언론 보도로 확인된 지 하루 만인 29일 사라졌다.
본보가 이날 주민의 제보를 받아 제주 제주시 봉개동 탐라 고씨 일파의 가족묘지를 찾아가 보니 김 위원장의 생모인 고영희의 아버지 고경택(1913∼1999)의 허묘(유골이 없는 묘)가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 무덤에 있던 가로 40cm, 세로 30cm의 묘비는 물론이고 경계석과 평장묘 위에 놓여 있던 자갈도 모두 깨끗하게 치워진 상태였다. 묘가 있던 자리는 흙으로 평평하게 메워져 있었다. 나머지 묘 13기는 그대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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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관계자는 “친척들끼리 묘를 세울 때부터 찬반 의견이 엇갈렸는데 언론 보도로 김 위원장 외조부의 무덤이라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자 혹시 피해를 입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묘비를 다른 곳으로 옮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묘를 훼손하는 행위는 형법상 분묘발굴죄에 해당돼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지지만, 경찰은 분묘 훼손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하지는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묘역은 고경택의 친형이자 김 위원장의 외종조부인 고경찬이 1987년 밭 2080m²를 매입한 뒤 가족묘역으로 만들었다. 고경찬은 ‘탐라 고씨 신성악파 흥상공계 가족묘지’라는 비석을 세우고 흩어져 있던 가족묘를 모으는 등 14기를 조성했다.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