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끝별(1964∼)
김칫국부터 먼저 마실 때
코가 석자나 빠져 있을 때
일갈했던 엄마의 입말, 막고 품어라!
서정춘 시인의 마부 아버지 그러니까
미당이 알아봤다는 진짜배기 시인의 말을 듣는
오늘에서야 그 말을 풀어내네
낚시질 못하는 놈, 둠벙 막고 푸라네
빠져나갈 길 막고 갇힌 물 다 푸라네
길이 막히면 길에 주저앉아 길을 파라네
열 마지기 논둑 밖 넘어
만주로 일본으로 이북으로 튀고 싶으셨던 아버지도
니들만 아니었으면,을 입에 다신 채
밤보따리를 싸고 또 싸셨던 엄마도
막고 품어 일가를 이루셨다
얼마나 주저앉아 막고 품으셨을까
물 없는 바닥에서 잡게 될
길 막힌 외길에서 품게 될
그 고기가 설령
미꾸라지 몇 마리라 할지라도
그 물이 바다라 할지라도
메모를 휘갈겨 놓은 종이쪽이니 우편봉투니 공책이니 수첩 등이 과자봉지들이며 깡통이며 컵과 뒤섞여 퇴적층을 이룬 내 식탁 위 어딘가에 정끝별과 그 가족의 사진이 여러 컷 담긴 종이 한 장이 있을 테다. 정끝별 특집이 실린 문예지에서 뜯어낸 것이다. 그 자신이나 가족 구성원이 세상과 겉돌고 결손 된 이들을 많이 봐와서일까, 시인이 제공했을 스냅사진들에서 엿보이는 화목하고 온전한 가정의 딸의 면모가 신선했다. 그리고 부러움과 그리움이 아릿하게 피어올랐다. 정끝별 시의 곧음, 품 넓음, 조화로운 정서, 한 마디로 건강함의 유래를 알 것 같았다.
황인숙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