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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옥의 가슴속 글과 그림]인생의 꽃봉오리

입력 | 2014-01-28 03:00:00


이일호, 꽃의 요정, 2008년

흔히 꽃은 고운 빛깔, 달콤한 향기, 수동적인 속성으로 인해 아름다운 여성에 비유되곤 한다. 의인화된 꽃은 조각가 이일호의 누드상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얼굴은 튤립이요 몸은 인간인 세 여성은 꽃의 요정이다. 이일호는 꽃의 요정을 예쁘고 날씬한 젊은 아가씨의 육체를 빌려 표현했다.

꽃만이 아니라 새도 의인화했다. 꽃봉오리를 자세히 살피면 벌새가 비행정지 상태에서 날개를 빠르게 퍼덕이며 긴 부리로 꿀을 먹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벌새는 남성을 의미한다. 즉 꽃처럼 아름다운 외모로 남성을 유혹하고 싶은 여심과 젊고 예쁜 여성을 탐하는 남성의 심리를 의인화된 꽃과 벌새로 구현한 것이다.

이 작품이 감동을 주는 것은 남녀의 본성을 탐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인생의 절정을 꽃봉오리에 비유했기 때문이다. 꽃이 가장 아름다운 때는 활짝 핀 상태가 아니라 망울만 맺히고 아직 피지 않은 꽃봉오리일 때라고 말하고 있으니 말이다.

왜 꽃봉오리가 가장 아름다울까? 질문에 대한 대답은 정현종의 시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에서 찾을 수 있다.

‘나는 가끔 후회한다…그때 그 사람이 그때 그 물건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더 열심히 파고들고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 더 열심히 사랑할걸….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을,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 꽃봉오리인 것을!’

꽃봉오리가 가장 아름다운 것은 지금 이 순간을 열심히 살면 언젠가는 예쁜 꽃을 피울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하기 때문이다. 내일도 어제도 아닌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소중하다고 느끼는 마음자세가 바로 삶의 꽃봉오리인 것이다.

이명옥 한국사립미술관 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