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전진우 지음/560쪽·1만4800원·나남
시골 서당 훈장이던 전봉준은 잘못돼 가는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 세상에 뛰어든다. 고부 군수 조병갑의 횡포에 항거하기 위해 전봉준은 1000여 명을 이끌고 관아를 습격한다. 이후 황토재 전투에서 승리하고, 우금치 전투에서 패하기까지 이야기가 촘촘하게 이어진다. 소설 속 전봉준은 농민군 1만 명 중 500명 남짓 남은 처절한 상황에서도 지리산에 처자를 남겨 뒀다는 윤덕술에게 말한다. “그만 식구에게 돌아가시오. 살아남아 처자식을 지키는 일도 나라를 지키는 일 못지않게 중요한 것입니다.”
전봉준은 패해도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에 죽음 앞에서도 당당했다. ‘수많은 동학 접주와 그들을 따랐던 수십만 생령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으려면 자신이 당당하게 죽어야 한다는 것을. 자신을 역적이라 부르는 자들을 말과 혼으로 제압해야 한다는 것을. 제 피를 세상에 뿌려 살아남은 자들에게 죽은 자들을 기억하게 해야 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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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