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오석 부총리가 그제 “어리석은 사람은 무슨 일이 터지면 책임을 따지고 걱정만 한다”고 말했다. 금융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해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의 사퇴를 고려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 감독 책임자 문책은커녕 국민 탓을 한다는 비난이 일자 현 부총리는 어제 “금융 소비자도 정보 제공 단계에서부터 신중해져야 한다는 의미”라고 해명해 가뜩이나 성난 민심을 들끓게 만들었다.
현 부총리의 말은 ‘여장절각(汝牆折角)’이라는 옛말을 연상시킨다. 소를 끌고 가던 농부가 한눈을 파는 바람에 소가 남의 담을 들이받아 쇠뿔이 부러졌다. 농부는 제 잘못을 생각하지 않고 애꿎은 담만 원망하더라는 이야기다. ‘네 집 담이 아니었다면 내 소의 뿔이 부러졌겠느냐’는 어리석은 남 탓이다.
경제팀 수장(首長)인 현 부총리가 금융정보 유출로 피해를 본 1700여만 명의 카드 고객을 ‘어리석은 사람’으로 치부한 것은 귀를 의심케 한다. 금융 소비자의 책임을 강조하는 의도라 해도 정보 유출 사태의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면 할 수 없는 발언이다. 금융사와 감독당국의 잘못에 분노하는 국민에게 ‘너나 똑바로 하고 남 탓하라’고 비난하다니, 말실수라기보다는 정책 수행 능력까지 의심스럽다. 뒤늦게 “사태의 진상을 철저히 조사하고 책임을 엄격히 묻도록 하겠다”고 대변인을 통해 사과했으나 엎지른 물을 주워 담을 수는 없다.
공자는 “어리석은 사람은 모든 것을 타인들 속에서 찾는다”고 했다. 이 말을 현 부총리에게 돌려주고 싶다. 그는 본보가 신년 기획으로 실시한 장관 평가에서도 ‘일을 잘 못하는 장관’ 1위에 꼽혔다. 대형 금융사고 앞에서 피해자인 국민 탓을 하는 경제부총리를 계속 놔둬야 할지 박근혜 대통령은 깊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