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쟈의 러시아 문학 강의/이현우(로쟈) 지음/308쪽·1만5000원·현암사
러시아 작가의 계보는 푸시킨에서 시작한다. 푸시킨과 더불어 고골, 레르몬토프까지 이 3대 작가들이 1820∼1840년대 러시아 근대 문학의 토대를 쌓았다. 이후 1856∼1880년 활동한 투르게네프,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는 러시아 사실주의 문학의 3대 작가로 꼽힌다. 19세기의 문을 닫은 작가는 체호프였다.
푸시킨은 러시아 최초의 ‘전업 작가’였다. 기울어진 귀족 가문 출신이었던 그는 자기가 쓴 원고 매수까지 꼬박꼬박 기록해뒀다. 부유한 귀족 작가인 톨스토이나 투르게네프는 작품을 쓰지 않아도 생계에 지장이 없었지만 푸시킨은 달랐다. 푸시킨 문학은 기본적으로 슬픔을 다루지만 밝고 경쾌하다. 오네긴과 타티아나의 엇갈린 사랑을 그린 ‘예브게니 오네긴’에도 푸시킨 특유의 ‘밝은 슬픔’이 관통한다.
체호프는 단편을 꾸준히 발표했지만 정작 그가 좋아한 것은 극작과 연극이었다. 극작가로 그가 빛을 본 작품은 ‘갈매기’였다. 1896년 페테르부르크에서 이 작품이 초연됐을 때는 참담한 실패를 맛봤다. 체호프가 코미디로 해석하고 연출해 달라고 했기 때문이다. 2년 뒤 모스크바 예술극장에서 러시아 연출가 스타니슬랍스키가 비극으로 해석해서 올려 대성공을 거뒀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