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통상임금 판결 이후… 기업들 부담 줄일 방안 골몰
현재 A사는 생산직 직원들에게 정기상여금으로 기본급의 800%를 준다. 대법원 판결대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면 임금이 21% 오르는 셈이 된다.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야근수당과 주말 특근수당 등이 오르기 때문이다. 한 해 영업이익을 거의 쏟아 부어야 할 정도다.
A사는 아예 근로계약서에 ‘정기상여금’ 항목을 없애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정기상여금 중 최대 50%를 성과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비정기 상여금으로 바꾸고 나머지는 기본급에 넣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직원 임금은 7%가량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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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임금 판결이 나온 후 임금체계 개편을 놓고 노조와 신경전을 벌이는 기업이 늘고 있다. 기업들은 정기상여금을 줄이거나 잔업을 없애려 하지만 노조는 기존 임금체계를 지켜내려고 소송까지 불사하고 있다.
○ 잔업 없애기 위해 설비 증설
A사는 노조가 임금체계 개편방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현재 건립을 추진 중인 중국 공장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다. 납품기한을 맞추려면 무턱대고 잔업을 없앨 순 없기 때문이다. 현재 이 회사는 2만6400m² 규모의 중국 난징(南京) 용지에 건축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A사 대표는 “최근 공장을 더 크게 짓기 위해 설계 변경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해외 공장으로도 부족하면 국내에 설비를 늘릴 계획이다. 인건비가 싼 개성공단 진출까지 고려하고 있다. A사 대표는 “임금체계를 바꾸지 못한다면 잔업이라도 없애야 회사가 살 수 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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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관계자는 “정기상여금의 비율을 바꾸거나 생산라인 증설 여부는 모두 단협에 명시된 사항”이라며 “사측이 통상임금을 낮추기 위해 단협 사항을 바꾸려고 한다면 사활을 걸고 싸울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 태스크포스 만드는 대기업
일부 대기업은 최근 통상임금을 비롯해 정년 연장, 근로시간 단축 등 최근 노동계 현안이 산적하자 이참에 인사체계를 전반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신세계는 지난해 12월 24일 임금체계, 근로시간, 신입사원 채용 절차 등 인사체계 전반을 개편하기 위한 태스크포스를 만들었다. LG그룹도 LG전자, LG화학, LG디스플레이 등 주력 계열사들이 자체적으로 인사제도 전반을 재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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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유현 yhkang@donga.com·박창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