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서 중견기업을 운영하는 A 씨는 최근 곳곳에서 열리는 출판기념회에 참석하느라 바쁘다. 대전에서 오랫동안 사업한 터라 웬만한 지방자치단체장과 정치인, 정치지망생을 알고 있다. ‘의도’가 뻔한 행사지만 외면할 수도 없다. 한 번에 10권에서 20권 정도는 구입해야 체면이 선다. 그는 “지난해 말부터 구입한 책만도 100여 권에 이른다. 만나는 사람에게 건네고 싶어도 특정 후보를 지원하는 것처럼 비칠까 봐 그러지도 못 한다”고 털어놓았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출마 예정자들의 출판기념회가 줄을 잇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대전 충남 세종지역에서 이런 행사를 연 인사는 20여 명. 이달 들어 대전에서는 박환용 서구청장(18일), 정용기 대덕구청장(22일), 박용갑 중구청장(24일)이 잇따라 출판기념회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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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마 예정자들이 이처럼 출판기념회에 열을 올리는 것은 행사를 통해 얼굴을 알리고 후보자 입장에서 합법적으로 선거자금을 모을 수 있는 매력 때문. 이렇다 보니 책이 급조돼 제목과 내용이 비슷한 경우도 적지 않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누구나 선거일 90일(3월 6일) 전부터 선거일까지 후보자와 관련 있는 저서의 출판기념회를 개최할 수 없다’고 돼 있다. 출판기념회 때 이뤄지는 기부 금액 등을 제재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 보니 정가 1만 원짜리 책이 5만∼10만 원에 팔린다. 자금 명세도 공개할 필요가 없다. 이에 대해 출판기념회가 지방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하는 신호탄으로 이를 활용할 순 있지만 주위에 부담을 주는 ‘민폐 출판 행사’가 돼선 안 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