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陽川, 강서구 마곡 가양동
서울 강서구(옛 경기 양천현) 한강변의 아름다운 풍광은 겸재 정선의 그림으로 다시 태어났다. 궁산 소악루에서 바라본 한강 일출(왼쪽 사진). 겸재 정선의 작품 ‘소악루’. 강서구 제공
○ 의성(醫聖)과 화성(畵聖)의 고장
강서구는 조선시대에 경기 양천(陽川)현에 속했다. 햇볕이 잘 들고 물 맑은 고장이라는 뜻. 이곳의 아름다움은 조선 영조 때인 1740년대 양천현령을 지낸 겸재 정선의 화폭에 잘 묘사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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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궁산 기슭의 소악루(小岳樓)는 시와 그림의 만남으로 유명하다. 사천 이병연이 소악루의 경치를 보며 시를 지었고, 겸재가 이 시를 감상한 뒤 ‘소악후월(小岳候月·소악루에서 달뜨기를 기다림)’이라는 그림을 그렸다. 당시의 소악루는 화재로 소실됐고 1994년 강서구에서 한강변 조망을 고려해 현 위치에 신축했다. 지하철 9호선 양천향교역 1번 출구에서 걸어서 15분 정도 거리다. 소악루 근처에는 겸재 정선 기념관이 있어 그의 그림을 접할 수 있다. 02-2659-2206
양천현은 진경산수화의 대가 정선 이전에 의학의 대명사인 허준을 배출했다. 허준이 나고 생을 마친 이 지역은 양천 허씨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현재 영등포공고 정문 앞에 위치한 천연 바위동굴은 ‘허가바위’라고 불린다. 옛날 석기시대 사람들이 한강 가에서 조개와 물고기를 잡으며 살았으리라 짐작되는 이 굴은 올림픽대로가 건설되면서 육지로 변했다. 허가바위는 허준 선생이 동의보감을 집필하고 생을 마친 곳이기도 하다.
지하철 9호선 가양역 1번 출구에서 도보로 15분 거리인 구암공원에 가면 허준 선생이 인자한 얼굴로 앉아서 병자를 진료하는 모습의 동상을 만날 수 있다. 가양동 허준박물관(허준로 87)에서는 직접 약재를 만져보며 한의학과 친해지는 체험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수 있다. 02-3661-8686
○ 금보다 값진 형제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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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구는 이처럼 역사·문화 자원이 많은 가양동 양천로 일대에 ‘함께 걷고 싶은 예술의 거리’를 지난해 조성했다. 지하철 9호선 양천향교역 1번 출구에서 시작된다. 양천초등학교 담장은 겸재의 산수화와 투금탄 고사 이미지를 한강 물줄기와 연결해 형상화한 ‘서울풍경’이라는 입체 벽화로 꾸몄다. 양천향교 벽면에는 향교로 향하는 아이들을 부조로 표현한 ‘향교종이 땡땡땡’을 전시했다. ‘양천향교 제례’ ‘박물관 가는 길’ 등 특색 있는 작품을 조형화해 포토존을 설치했다.
이 밖에 서울 한강의 다양하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알고 싶다면 서울시 관광정책과(02-2133-2817)나 서울시의 온라인플랫폼 서울스토리(seoulstory.org)에서 확인하면 된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