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대법원장 가인 김병로 선생 50주기… 동아일보에 남아있는 발자취
《 “국가심리(國家心理)로 보면 죄라 하겠으나 민족심리로 보면 죄가 아니오. 사람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오. 만약 현재 상태를 바꾸어 일본 사람이 조선 사람의 상태에 있다면 일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하겠는가.”(1923년 8월 13일자 동아일보 3면·의열단 사건 공판 관련 기사) 》
경무대(옛 청와대)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왼쪽)에게 무언가를 설명하고 있는 가인 김병로선생(위사진). 가인은 사법권 독립 문제로 때때로 이 전 대통령과 마찰을 빚을 때마다 당당한 자세로 맞섰다. 아래 사진은 변호사들과 함께 걸어가는 모습(오른쪽).대법원 제공
동아일보에는 1920, 30년대 가인이 신의주와 평양 등 전국 법원으로 출장 다닌 기록이 그대로 남아 있다. 방청석이 가득 찼던 공판 기사엔 “(가인의) 조리 있고, 힘 있고, 열렬한 변론이 있었다”라는 문장이 빠지지 않았다. 특히 백두산 화전민까지 찾아가 핍박받던 동포들의 현실을 지켜본 뒤 법정에서 이들의 무고함을 역설했다. 그는 독립운동의 진상을 알리기 위해 비공개 대신 공개 재판을 관철했고, 한 법정에선 독립투사 15명의 수갑을 풀고 재판을 진행할 것을 주장했다.
1948년 초대 대법원장에 오른 뒤 9년 4개월의 재임 기간에 그는 때로는 이승만 당시 대통령에게 맞서면서 사법부의 독립을 끝까지 지켜 냈다. 1953년 10월 ‘법관의 도’라는 그의 강의 내용은 오늘날 사법부와 법관의 권위 추락과 맞물려 더욱 값진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한 사람의 명예 실추는 법관 전체의 명예 실추”라며 △사람으로부터 의심을 받지 말 것 △음주를 근신할 것 △마작과 화투 같은 유희에 빠지지 말 것 등을 강조했다.
초대 대법원장을 지낸 가인 김병로 선생의 50주기 추념식이 13일 오전 대법원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윤영철 전 헌법재판소장,이용훈 윤관 전 대법원장,차한성 법원 행정처장,박영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양승태 대법원장, 이인복 대법관 겸 중앙선거관리위원장,황찬현 감사원장,황교안 법무부 장관.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