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지방行인사’ 파장
휴일인 11일과 12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에는 각 층마다 짐을 꾸리는 부장검사가 많았다. 법무부가 10일 오후 발표한 인사에서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들이 대거 지방으로 발령이 났기 때문이다. 부장검사 29명 가운데 3명을 제외한 90%가 부산 인천 광주 울산 제주 등 지방의 일선 검찰청으로 마치 ‘흩뿌려지듯이’ 가게 됐다. 법무부는 수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서울-지방 간 교류 인사’라고 표현했지만 일선 검사들 사이에서는 기존의 판을 흔들기 위한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라는 평가가 많다.
이런 대규모 인사는 지난해 12월 김진태 검찰총장 취임 직후부터 예고돼 왔다. 김 총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간부들에게 교류 인사의 필요성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고 한다. “검사들이 너무 서초동에만 있으면 약해진다” “어떤 자리에 가면 그 다음 자리가 보장되는 인사 행태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 “어떤 자리에 있느냐보다 무슨 일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이런 가운데 9일 법무부에서 열린 검찰인사위원회에서 ‘서울중앙지검에서 전출하는 부장은 원칙적으로 지방에 배치한다’는 원칙이 세워지자 ‘하방(下放)’ 인사가 가시화됐다.
특수부 진용의 대대적인 개편은 기존 수사 방식을 바꾸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 총장은 취임 때부터 ‘환부만 도려내는 수사’를 강조해 왔다. 대기업 등 비리를 전방위적으로 캐서 과잉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수사는 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한 검찰 인사는 “기존 특수부의 판을 깨는 동시에 형사부를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방으로 발령 난 특수통 검사들이 지방 토호 비리를 대대적으로 파헤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일선의 반응은 엇갈린다. 한 검사는 “일부가 독식해온 엘리트 코스를 없애고 모든 조직원에게 기회를 주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다른 검사는 “조직을 전반적으로 바꿔서 일에 매진하는 분위기를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나 다른 검사는 “순환 근무를 이유로 나름대로 수사 역량을 쌓아온 영역까지 바꿔버리면 전문성이 떨어져 결국엔 조직에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생만 실컷 하고 지방에 내려가면 누가 충성하겠느냐”는 의견도 있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