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달과 평강공주 ‘사랑의 종착역’
서울 광진구 아차산 일대에서 발굴된 고구려 소규모 성곽인 홍련봉 제2보루(왼쪽). 온달장군이 전사한 아차산성 일대는 삼국시대 격전지였다. 아차산생태공원에는 온달과 평강공주의 동상이 있다. 광진구 제공
● 온달과 평강공주의 사랑이 담긴 곳
아차산은 온달과 평강공주의 사랑이 막을 내린 곳이기도 하다. 고구려 온달장군은 신라에 빼앗긴 한강 이북을 탈환하기 위해 590년 출정했다가 아차산성(阿且山城·사적 234호)에서 전사했다.
지금도 아차산에 가면 온달과 평강공주를 만날 수 있다. 출정을 앞두고 칼을 치켜든 결연한 표정의 온달장군을 평강공주가 애틋하게 바라보는 동상이 서 있는 것. 온달장군이 물을 마셨다는 온달샘, 온달장군 주먹바위, 남편의 죽음을 슬퍼하며 울고 있는 평강공주 바위 등 곳곳에 전설이 서려 있다.
광진구는 아차산 일대를 둘러보는 ‘고구려 역사길’ 코스를 운영하고 있다. 광나루역에서 출발해 홍련봉 1, 2보루∼고구려정∼해맞이광장∼아차산보루∼아차산성∼아차산생태공원∼워커힐길∼광나루터∼한강자전거공원 등 7.8km를 돌아보는 3시간 40분 코스. 길이 험하지 않아 쉽게 다녀올 수 있다.
고구려와 신라 이전에 아차산성의 원래 주인은 한강 일대를 장악했던 백제였다. 아차산성은 고구려의 남진을 막고 수도를 방어하기 위한 요충지였다. 하지만 간첩의 음모로 수도인 한성은 어이없이 무너졌다. 고구려 장수왕은 한강유역을 차지하기 위해 승려 도림을 첩자로 급파했다. 도림은 뛰어난 바둑 실력으로 개로왕의 환심을 산 뒤 대규모 토목공사를 벌이게 해 백제의 국력을 약화시켰다.
이를 틈타 475년 고구려 장수왕의 3만 군대가 백제 한성을 공격했다. 고구려군은 파죽지세였다. 달아나던 개로왕은 아차산성 아래에서 목이 잘렸다. 그런 역사가 남아 있는 아차산성을 굽어보면 안보의 중요성을 새삼 실감케 된다.
피비린내 나는 격전지였던 아차산은 고려 때부터는 광진나루에서 배를 타고 한강을 건너며 바라보는 풍경이 아름다워 시인 묵객들이 즐겨 찾은 곳이었다. 지금도 자생식물원과 나비정원, 소나무 숲, 습지원, 자생관찰로, 생태자료실 등 20여 개의 주제로 꾸민 자연학습장과 숲속의 힐링 공원이 잘 조성돼 있어 휴식공간으로 인기가 높다.
아차산성은 지하철 5호선 아차선역(어린이대공원 후문) 2번 출구에서 도보로 20분, 광나루역(장신대) 2번 출구에서 도보로 15분 거리. 1, 1-1, 9번 버스 등을 타고 워커힐 입구에서 내리거나 광진01번 버스를 타고 워커힐아파트에서 내려 10분 정도 걸어가면 된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