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직구로 타자의 머리 쪽 맞히면 자동퇴장 규정 도입
“타자 보호” vs “시대착오적 규제”라는 시선의 대립
일각에선 심판이 판정할 일을 제도로 만들었다는 비판도
한국야구위원회(KBO)가 3일 2014년 프로야구에 적용할 규칙에 대한 개정사항을 발표했다. 보크와 스피드업 규정이 강화됐고, 외야 펜스 광고 색상에 관한 권고가 추가됐다. 이 가운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제도 변경으로는 투수의 몸쪽 직구에 대한 규제 강화가 꼽힌다. KBO는 “지난해 삼성 배영섭이 LG 리즈의 강속구에 머리를 맞아 큰일 날 뻔한 사고도 있지 않았나? 타자 보호 차원에서 필요한 조치”라고 도입 배경을 밝혔다. 그러나 이를 둘러싼 프로야구 현장의 반응이 마냥 호의적인 것만은 아니다.
● KBO의 도입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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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의 우려와 비판
‘타자 머리 쪽을 맞히면 자동퇴장’은 미국·일본프로야구는 물론 아마추어 국제대회에서도 없는 룰이다. 이 때문에 야구계 현장에선 ‘취지는 이해하나 현실감각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투수 출신 야구인 A는 “시대착오적이다. 야구를 하라는 것인지, 말라는 것인지 모르겠다. 직구는 퇴장이고 변화구는 아니라면 싱커는 어떻게 해야 되나? 이 제도가 도입된다고 투수들이 영향을 받진 않을 것 같다. 그러나 1년에 4~5번 나올 상황 때문에 제도를 만든 발상이 문제다. 고의적 위협구라 판단하면 심판이 재량껏 퇴장시키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현역 투수코치인 B도 “가뜩이나 요즘 투수들이 몸쪽 승부를 두려워하는데, 이런 제도까지 도입되면 더 도망가는 피칭을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야구란 것이 스트라이크존 안의 승부가 전부는 아니다. 구위로 타자를 잡을 수 있는 투수는 많지 않다. 스트라이크존 바깥의 공으로도 싸워야 하는데, 이런 제도로 투수들의 창의성이 떨어질까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타자 출신 야구인 C도 “실효성이 없다. 그럼 머리가 아니라 다리를 맞히면 퇴장이 아니란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일각에선 ‘심판들이 자기 소신껏 해야 할 일을 못 하니까 이런 제도가 나온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트위터 @matsri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