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쪽의 배가 똑같아 보이는데 뭐가 다른가요?”
과수원 주인은 배의 표면에 난 작은 점을 보여주었다. 크기와 당도 등은 같지만 표면에 얼룩이나 검은 점 같은 게 있으면 B급으로 분류된다는 설명이다. 껍질을 깎고 나면 마찬가지인데 이 작은 차이가 운명을 바꾼다. 일단 잘 포장된 배는 백화점에서 명품으로 대접받으며 고가로 팔리고, 신문지에 둘둘 싸인 배는 싸구려 종이상자에 담겨 시장에서 거래된다. 내용은 같은데 가격 차이는 배가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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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지상주의가 과일에 국한된 건 아니다. 지하철에도 버스 옆구리에도 사람들의 눈길이 머무는 곳에는 성형을 유혹하는 광고가 성업 중이다. 성형수술을 한 것이 죄가 될 일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장한 일을 한 것도 아닌데 스타들의 성형 고백이 뉴스가 된다. 성형하지 않아도 원래 예쁜 그들인데, 마치 성형을 하면 그렇게 예뻐질 것 같은 착각을 준다.
온통 외모가 능사인 듯한 세상에서 못난이에게 주목한 젊은이들이 있다는 게 기분이 좋았다. 겉모습에 쏠리지 않고 내용에 초점을 맞춘 발상이 신선해서다. 사실 외모가 좋아서 나쁠 건 없지만 외모만 강조하는 건 너무 표피적이다. 말 그대로 껍질일 뿐이니까 말이다.
새해에는 이 젊은이들처럼 남들이 주목하지 않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보면 어떨까? 못난이를 황금알로 바꾸었듯이 의외로 답이 보일지 모른다. 어린 시절 보물찾기를 할 때 보물은 늘 상식을 벗어난 곳에 숨어 있었다. 가치의 기준을 바꾸면 세상에 숨겨져 있는 보물을 찾게 될지 모른다.
윤세영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