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전세난민 속출 속 ‘전세부자’ 등장② 한 해에 4차례… 쏟아진 대책들③ 서울 동남-영남권 분양시장 후끈④ 대구-경북 매매가 상승률 1, 2위⑤ 경매시장 유입자금 17조 첫 돌파
① 전국 아파트 전세금 69주 상승 신기록
세입자들이 유난히 힘든 한 해였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전세금은 지난해 8월 24일부터 이달 27일까지 무려 69주 연속 올랐다. 역대 최장 상승 기록(2009년 2월 13일∼2010년 5월 7일)인 65주를 이미 돌파해 연일 신기록을 쓰고 있는 것. 올해 전세금 상승률은 10.43%로 지난해 2.46%보다 무려 4배 이상 높았다. 매매시장 침체 여파로 집을 살 여력이 있는데도 전세로 눌러앉는 세입자가 늘어난 데다 집주인들이 저금리 기조 속에 전세를 월세로 빠르게 돌리면서 상승세가 굳어졌다. 치솟는 전세금을 감당할 수 없어 수도권 외곽으로 밀려나는 ‘전세난민’이 속출했고, 집값보다 비싼 전세금을 내고도 집을 사지 않는 ‘전세부자’가 등장하면서 세무당국이 고가 전세에 대한 자금 출처를 조사하기도 했다.
광고 로드중
정부는 한 해에 모두 4차례에 걸쳐 크고 작은 부동산 경기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제일 먼저 나온 게 세제·금융·주택공급 제도를 망라한 ‘4·1 부동산 대책’이었다. 전세수요를 매매로 돌리는 데 초점을 맞춘 ‘8·28 전월세 대책’도 내놨다. 두 대책을 보완하는 ‘7·24 보완 대책’과 ‘12·3 후속 조치’도 잇따랐다. 이를 통해 미분양이나 기존 주택에 대해 5년간 양도세를 면제해주는 조치가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도입됐고 찔끔찔끔 한시적으로 감면해주던 취득세 영구 인하도 이뤄졌다. 또 연 1%대 초저금리로 자금을 빌린 뒤 주택 매각 차익이나 손실을 국민주택기금과 나눠 갖는 공유형 모기지가 도입돼 큰 인기를 끌었다. 수직증축 리모델링 길도 열렸다. 쏟아진 대책에 매매시장은 모처럼 활기를 띠기도 했다. 한국감정원 기준 지난해 0.18% 하락했던 전국 아파트 매매가는 올 들어 11월까지 0.50% 상승했다.
9월 초 서울 송파구 장지동 지하철 8호선 복정역 인근에 위치한 ‘위례 아이파크’ 본보기집을 찾은 예비 청약자들이 밖으로 길게 줄지어 있다. 올 한 해 위례신도시, 강남재건축단지 등 서울 동남권 신규 아파트 본보기집은 문을 열 때마다 ‘대박’을 터뜨렸다. 동아일보DB
서울 동남권과 영남권을 중심으로 분양시장이 호조를 보였다. 이 때문에 내년으로 예정됐던 분양시기를 올해로 앞당긴 건설사도 적지 않았다. 전국 신규 분양 아파트 공급량(28만5606채)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많았다. 올해 한시적으로 이뤄진 5년간 양도세 전액 면제, 생애 첫 주택 구매자 취득세 감면 등의 혜택과 다주택자 1순위 청약 허용 등이 수요자를 분양시장으로 이끌었다. 특히 위례신도시의 청약 열풍이 거셌다. 6월 분양한 ‘래미안 위례신도시’가 청약경쟁률 최고 379 대 1을 기록한 것을 비롯해 올해 위례신도시에서 신규 분양한 11개 아파트의 평균 청약경쟁률은 7.96 대 1이었다. 강남 재건축 단지도 흥행에 성공했다. 올해 청약경쟁률 상위 10곳 중 3곳이 강남 재건축 단지였다.
④ 대구·경북 지역 부동산시장 독주
광고 로드중
⑤ 사상 최대 호황 누린 경매시장
올해 부동산 경매시장으로 유입된 자금이 사상 처음 17조 원을 넘어섰다. 통상 경매시장 규모는 연 15조 원 안팎을 유지해 왔다. 부동산시장 장기침체로 경매로 내몰린 내집빈곤층(하우스푸어) 주택이 늘어난 데다 전세금 급등에 시달린 실수요자들이 저렴한 경매물건을 찾으면서 경매시장은 오히려 호황을 누린 것. 특히 장기침체의 골이 깊었던 수도권에서 경매 열기가 뜨거웠다. 24일 기준 수도권 아파트 경매시장의 낙찰가 총액은 3조6181억 원으로 지난해(3조523억 원)보다 18.5%나 급증하며 사상 최고치를 갈아 치웠다. 수도권 아파트 경매 응찰자 수와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도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김준일 jikim@donga.com·정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