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툼/마이클 애셔 지음·최필영 옮김/636쪽·3만 원/일조각
1898년 수단 옴두르만에 포진한 마흐디군을 향해 돌격하는 영국 제21기병연대의 전투 장면을 묘사한 당시 영국의 신문 삽화. 훗날 영국 총리가 되는 윈스턴 처칠이 소위로 참여한 이 돌격은 영국 역사상 연대 단위의 마지막 기병 돌격이 됐다. 일조각 제공
수단은 16세기 이후 오스만튀르크의 식민지였던 이집트가 19세기 초 개척한 또 다른 식민지였다. ‘식민지의 식민지’라는 이런 이중의 굴레가 기형적 국가 발전을 낳은 것이다.
영국은 잃어버린 자존심을 회복하고자 찰스 고든 중장(1833∼1885)을 수단총독으로 급파한다. 고든은 ‘중국의 마흐디’라 할 홍수전이 이끈 태평천국의 난(1851∼1864년)을 진압한 전쟁영웅이자 1870년대 오늘날 남수단과 우간다 북부를 묶은 에콰토리아 주지사와 수단총독을 역임한 거물이었다. 하지만 ‘고든구원군’으로 불린 4000명의 영국군이 도착하기 직전 카르툼(국립국어원 표기로는 하르툼)은 함락되고 고든의 목도 잘린다.
절치부심한 대영제국의 설욕에는 14년이 걸렸다. 그 사이 마흐디가 죽고 압달라히 와드 토르샤인(1849∼1899)이 후계자가 된다. 책의 후반부는 그 설욕전의 주역이자 제1차 세계대전 때 ‘조국은 당신을 원한다!’는 모병 포스터의 모델이 된 허버트 키치너(1850∼1916)의 활약에 집중된다. 키치너는 1만4000명의 영국·이집트 연합군을 이끌고 압달라히가 이끈 6만 명의 마흐디군을 궤멸한다.
책은 수단 북부에 있었던 고대 흑인왕국 누비아의 오랜 역사나 인종적 종교적 역사적 배경이 다른 북수단과 남수단을 억지로 합쳐놓은 영국의 책임을 소홀히 다뤘다. 하지만 오사마 빈라덴의 원리주의가 마흐디국에 뿌리를 뒀으며 이집트 주재 영국총영사로 25년간 이집트를 지배했던 에벌린 배링(1841∼1917)이 1995년 파산한 배링은행 창업자의 손자이며 윈스턴 처칠(1874∼1965)이 키치너 휘하 군대의 육군소위로 카르툼 함락전에 참전했다는 흥미로운 내용이 가득하다. 연도표기 오류로 독자의 혼란을 초래한 점은 옥에 티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