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도나 타르트의 ‘황금방울새’
도나 타르트는 1992년 여대생 시절 발표한 데뷔작 ‘비밀의 역사(Secret History)’로 혜성처럼 등단했다. 미국 아이비리그 명문대 그리스고전학과 엘리트 학생들의 치정 살인을 다룬 이 책은 전 세계 24개국에 판권이 계약되었고, 수백만 부가 팔린 베스트셀러가 됐다. 타르트는 데뷔작 이후 10년이 지난 2002년에 이르러서야 두 번째 작품인 ‘어린 친구(Little Friend)’를 발표했고, 다시 11년이 지난 2013년에 세 번째 작품을 들고 나타났다. 작가 인생 21년에 단 세 편의 소설만 발표한 것이다.
작가가 10년 넘게 공들여 다듬은 ‘황금방울새’의 주인공은 열세 살 소년 테오다. 비바람이 몰아치던 어느 날 테오와 그의 엄마는 비를 피해 네덜란드 화가의 전시회가 열리고 있던 미술관으로 들어간다. 엄마는 테오에게 파브리티우스의 ‘황금방울새’라는 작품을 보여 주며 이 전시회에서 가장 작고 간단해 보이는 그림이지만 엄마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라고 말해 준다. 그때 미술관에서 폭탄이 터지면서 전시회장은 아수라장에 빠진다.
타르트는 이 소설을 상실과 집착, 그리고 생존에 대한 것이라고 요약했다. 엄마와 아빠를 모두 잃은 한 소년의 고독한 성장기라고도 표현할 수 있을 이 소설은 타르트의 지난 11년을 보상해 주듯 710쪽 분량의 방대한 소설로 탄생했다. 6개월마다 소설 한 편씩을 펴내는 제임스 패터슨과 같은 작가가 난무하는 요즘, 11년의 세월을 오롯이 소설 한 편에만 투자한 작가의 작품이라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런던=안주현 통신원 jahn8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