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서울시교육청 세밑까지 옥신각신
○ 이념 싸움의 중심, 혁신학교
혁신학교는 진보 계열인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의 핵심정책이다. 기존의 커리큘럼에서 벗어나 창의성과 자기주도 학습능력 배양하기 위해 새롭게 시도하는 학교 형태를 말한다. 하지만 보수 계열인 현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이 이 정책에 제동을 걸며 민주당 다수인 서울시의회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시의회가 요구하는 혁신학교 예산은 학교당 8000만 원 정도다. 이를 충족하려면 시교육청이 편성한 혁신학교 예산안에 13억 원을 증액해야 한다. 예산을 증액하려면 시교육청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시교육청은 “원점부터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민주당 시의원들은 “문 교육감이 정치적 이해타산 때문에 혁신학교 죽이기에 나섰다”며 “시교육청이 물러서지 않는다면 문 교육감의 다른 교육사업을 지원하기 어렵다”고 반발했다.
○ 형평성 문제
현재 전국 혁신학교 예산은 학교당 평균 5200만 원이다. 2014년 예산안을 기준으로 강원도교육청의 경우 41개 혁신학교 예산은 학교당 평균 3500만 원. 전북도교육청은 101곳에 평균 4000만 원씩, 전남도는 60곳에 5000만 원씩 지원한다. 경기도교육청은 282곳에 평균 6500만 원씩, 학교당 지원액이 가장 많은 광주시교육청은 26곳에 평균 7000만 원씩 지원한다. 모두 올해 혁신학교 예산에 비해 삭감된 금액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타 시도 혁신학교 예산과 비교해 형평성을 고려했다. 전국 평균을 상회하는 6000만 원 이상 증액은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지난달 내놓은 혁신학교 평가보고서 결과도 시교육청이 증액을 반대하는 근거로 삼고 있다. 67개 혁신학교 중 1년 이상 운영 실적이 있는 45곳을 평가한 결과 일반 학교보다 국어 수학 영어 과목 학업성취도, 학교향상도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 피해는 학생·학부모에게
6일 시의회 교육위원회는 내년 서울시교육청 본예산을 심의하면서 혁신학교 지원 예산을 늘린 대신 교육기본사업 예산을 줄였다. 이에 따라 혁신학교 공방 때문에 다른 교육 수요자가 피해를 볼 가능성이 커졌다.
학교교육 운영 기본사업 중 사립학교 긴급위험시설 지원 예산은 148억 원에서 78억 원으로 크게 줄었다. 빗물이 새는 체육관 보수, 재난구조물 보강 등 위험시설 개·보수 지원에 쓰일 예산이다. 장애특수학교 설립 지원 예산은 10억 원이었으나 예산 배정이 무산됐다. 이에 따라 올해 새로 설립할 예정이던 장애특수학교 두 곳은 무기한 연기됐다.
시의회가 지역현안사업으로 300억 원 이상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도 양측이 타협점을 찾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양측이 예산안을 확정해야 하는 마지막 기한은 정례회 마지막 날인 30일. 시교육청이 시의회가 증액한 부분에 대해 동의하지 않을 경우 증액 부분은 집행되지 못한 채 시의회가 257억 원 감액한 예산안(7조4133억 원)으로 집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