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상 3남매 키운 10년, 지구 10바퀴 주행”
내년 소치 겨울올림픽에 출전하는 박승주-승희-세영 3남매를 키운 이옥경 씨가 아이들의 경기 사진을 편집한 액자를 쓰다듬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위쪽에는 3남매가 그동안 각종 국제·국내 대회에서 따 온 메달이 걸려 있다. 화성=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경기 수원 소화초등학교에 다니던 큰딸 박승주(23·단국대)와 작은딸 승희(21·화성시청)가 빙상부에 들어가도록 권유했을 때만 해도 당연히 피겨스케이팅을 하는 줄로만 알았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를 찾은 이 씨는 깜짝 놀랐다. 만화에서처럼 우아한 몸짓으로 점프를 하는 줄 알았던 두 딸이 링크 바깥으로만 달리고 있는 게 아닌가.
이 씨는 “그때까지도 실력이 어느 정도 돼야 피겨를 시켜주는 줄로만 생각했다. 나중에야 스케이트에는 쇼트트랙도 있고 스피드스케이팅도 있다는 걸 알았다”고 했다. 막내 세영(20·단국대)이도 누나들을 따라 자연스럽게 스케이트를 신었다.
광고 로드중
○ 40만 km에 모든 것이 담겨 있다
“돌이켜 보면 그때가 참 행복하고 좋았어요. 그런데 그 생활을 다시 하라면 못할 것 같아요.” 3남매가 본격적으로 선수의 길을 걷기 시작한 뒤 아이들도 이 씨도 고생이 많았다. 남편 박진호 씨(53)가 직장인이었기 때문에 운전은 고스란히 이 씨의 몫이었다. 이 씨는 경차 마티즈에 3남매를 태우고 매일같이 집이 있던 수원에서 과천 빙상장을 오갔다.
이 씨는 “새벽 4시 반쯤 일어나 과천까지 가서 새벽 운동을 하고 다시 학교로 데려다 줬다. 수업이 끝난 뒤엔 또다시 과천 빙상장으로 아이들을 실어 날랐다”고 했다. 아이들은 대개 차 안에서 아침밥을 먹었고,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러 양치와 세수를 한 뒤 학교에 갔다. 이 씨는 “스케이트 선수라면 누구나 그 정도의 노력을 한다. 우리 아이들도 어린 나이에 인내를 배우면서 힘든 고비를 넘긴 것 같다”고 했다.
이 씨는 이후 경기 성남시 분당과 서울 목동 등으로 이사를 했다. 그 무렵 큰딸 승주는 쇼트트랙에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종목을 바꿨다. 쇼트트랙을 하는 승희와 세영은 집 근처 링크장으로 가면 됐지만 승주는 스피드스케이팅 링크가 있는 서울 태릉 빙상장으로 태우고 다녀야 했다.
광고 로드중
○ “얘들아, 맘껏 축제를 즐겨라”
소치 올림픽을 100일 남겨둔 10월 30일 3남매가 서울 공릉동 태릉선수촌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왼쪽부터 둘째 박승희, 첫째 승주, 막내 세영. 이옥경 씨 제공
첫째 승주는 최근에야 소치 올림픽행을 확정지었다. 10월 말 전국남녀 종목별 스피드스케이팅선수권에서 국가대표로 뽑힌 뒤 최근 끝난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에서 선전해 출전 자격을 따냈다.
이 씨는 “승주 때문에 마지막까지 마음을 졸였는데 좋은 결과를 받게 됐다. 이미 밴쿠버 대회에 다녀온 승희가 ‘올림픽에 가 보니 왜 올림픽이 전 세계인의 축제인지 알겠더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처음 올림픽에 출전하는 승주와 세영이는 결과에 욕심을 내기보다는 그 축제를 마음껏 즐기고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쇼트트랙 여자 500m에는 왕멍(중국)이라는 절대 강자가 있다. 둘째 승희는 왕멍을 한 번쯤 이겨 봤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며 웃었다.
광고 로드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