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여우 고기를 당나귀 고기로 둔갑시킨 제품이 시중에 유통돼 미식가들을 허탈하게 하고 있다. 중국인들은 ‘하늘에는 용 고기, 지상에는 당나귀 고기’라고 할 정도로 당나귀 고기를 높게 쳐주고 있다.
23일 중국경제신문 등에 따르면 산둥(山東) 성 지난(濟南) 시의 왕(王)모 씨는 최근 월마트에서 삶은 당나귀 고기와 쇠고기를 샀다. 진공 포장을 뜯어 맛을 본 순간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 그는 전문기관에 검사를 의뢰했다. 검사 결과 해당 제품에서 여우 유전자(DNA)가 검출됐다.
여우 고기가 당나귀 고기로 둔갑할 수 있는 것은 고기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여우 특유의 냄새를 제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여우는 주로 모피를 얻기 위해 사육된다. 중국 농가들은 장당 1000위안(약 17만5000원)에 여우 모피를 판 뒤 고기는 내다 버리거나 전문 업체에 판다. 고기 가격은 500g당 1위안(약 175원) 안팎으로 헐값이다. 업체들은 수거한 고기를 찌면서 계피와 붓순나무 열매, 산초 등을 넣어 여우 고기 냄새를 제거한 뒤 당나귀 기름 등을 발라 대형 매장 등에 훠궈(火鍋·중국식 샤부샤부)용 등으로 납품한다. 소매가격은 500g당 40위안(약 7000원)으로 여우 고기에 비해 월등히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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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