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혁민의 ‘대포알 직구’는 리그에서도 수준급으로 꼽힌다. 그러나 여전히 제구력은 불안하다.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한 불운도 있었다. 김혁민은 2014시즌 10승 또는 20홀드를 목표로 세웠다. 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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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구의 반란’ 꿈꾸는 한화 김혁민
늘 제구가 문제…몸에 힘 빼니 요령 생겨
어설픈 완급조절 보단 공 하나하나 집중
직구는 내가 최고…이승엽 선배도 칭찬
선발일 땐 10승·불펜일 땐 20홀드 목표
내년엔 꼭 3점대 방어율 진입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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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써 7년이 지났다! 아직 컨트롤은 불안하다!
- 오랜만이다. 요즘 어떻게 지내니?
“마무리캠프 다녀와서 푹 쉬고 있습니다.”
- 곧 해가 바뀐다. 입단한지 7년이 지났구나.
“시간이 참 빠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입단한 게 엊그제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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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이 많죠. 될 듯 될 듯 잘 안 되는 것들이 많아요.”
- 어떤 게 잘 안 되는 걸까?
“제구력이죠. 투수는 제구력이 생명인데, 아직 저는 왔다 갔다 하거든요.”
- 밸런스의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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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구력은 무엇인가?
“던지고 싶은 데 던지는 거죠. 높든 낮든 던지고 싶은 데 던지는 건데, 그게 쉽지 않아요.”
- 너의 직구는 최고 수준이다. 그게 컨트롤만 되면 그날은 이기는 것 아닌가?
“제가 1년에 한 번 정도는 기가 막히게 던져요. 지난해 롯데전에서 생애 첫 완투승을 했는데 그때 무4사구였거든요. 완투를 한 기쁨보다 무4사구경기를 했다는 게 더 좋았어요. 그날은 던지고 싶은 데로 공이 갔어요. 올해도 두산전에서 8이닝을 무실점한 경기가 있는데, 그때도 던지고 싶은 데로 공이 갔어요. 근데 그런 게임이 어쩌다 한 번이라는 게 문제죠.”
- 투수코치들은 뭐라고 하나?
“괜찮다고 하세요. 경기운영과 제구력이 좋아지고 있다고 하시죠.”
- 스스로 생각해보면 어떤가?
“공만 세게 던지는 투수에서 그래도 조금씩 좋아지는 것 같긴 해요. 근데 발전속도가 느려요. 마음은 급한데, 몸은 느리게 느껴가고 있어요.”
● 직구 하나로 버티고 있다!
- 김혁민의 직구는 최고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직구 하나로 지금까지 버텨온 거죠. 다른 건 별로 내세울 게 없잖아요. 제가 변화구가 좋은 것도 아니고, 경기운영을 잘 하는 투수도 아니고요.”
- 변화구와 경기운영이 좋아지면 최고가 된다는 이야기네?
“변화구는 그 때 그 때 달라요. 슬라이더와 포크볼이 어떤 날은 기가 막힌데, 어떤 날은 별로고요. 제구력처럼 좋았다 나빴다 해요. 내년에는 투심패스트볼을 좀더 많이 던져볼 생각이에요. 경기운영은 아직이고요. 위기가 되면 ‘혁민아, 침착하자. 침착하게 하자’, 그러면서 던져요.”
- 너의 직구는 힘이 엄청나다. 어떨 때는 공이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아.
“이승엽(삼성) 선배에게 칭찬 들은 적 있어요. 직구 좋다고. 그런 말은 큰 힘이 되죠. 이진영(LG) 선배는 저만 보면 좀 살살 던지라고 해요. 직구만 컨트롤돼도 10승한다고 했는데, 그게 안 되네요.”
- 올해는 홈런을 참 많이 맞았다.
“25개요. 후반기에 불펜으로 옮기지 않았으면 30개도 넘게 맞았을 거예요.”
- 왜 그렇게 홈런이 많았지?
“25개 중에 제대로 던져서 맞은 건 2∼3개 정도밖에 없어요. 완급조절에서 맞은 홈런이 많았고, 제구력도 역시 문제였고요.”
- 완급조절?
“선발로 뛰다보니까 전력투구만 할 수 없잖아요. 어설프게 완급조절하다 평범한 공을 던지곤 했어요. 하지만 홈런을 맞으면서 많이 배웠어요.”
- 어떤 점인가?
“제가 공을 던질 때 거의 전력으로 던지는 편이예요. 던지기 전에 몸에 힘이 많이 들어가죠. 그러다 보니까 공이 높게 가는 경우도 많고요. 완급조절 한다고 던질 때는, 몸에 힘은 덜 들어가는데 공을 던질 때도 약하게 던져요. 몸에 힘을 빼고 던질 때 힘을 쏟는 게 피칭인데, 그걸 어느 정도 몸으로 느낀 것 같아요.”
● 선발이면 10승! 불펜이면 20홀드가 목표!
- 후반기에는 불펜으로 뛰었는데 나쁘지 않았다.
“괜찮았어요. 짧은 이닝을 던지니까 집중력도 살아나고 제구력도 좋았고요.”
- 내년에도 불펜으로 뛸 가능성이 큰 편인가?
“그건 잘 모르겠어요. 감독님이 정해주는 곳에서 선발이든, 불펜이든, 마무리든 상관없이 던질 겁니다.”
- 김응룡 감독과 1년을 함께 했다. 어떤 말씀을 해주시던가?
“그게, 감독님과는 대화를 거의 안 한 것 같아요. 감독님이 선수들과 이야기를 잘 안 하시는 편이거든요.”
- 내년 목표는 무엇인가?
“선발이면 10승이고요. 불펜이면 20홀드요. 불펜으로 뛰면서 시즌 후반 느낌이 좋았어요. 볼넷이 특히 적은 편이었죠. 내년에는 어떤 위치에서 던지더라도 올해보다 잘 할 것 같아요.”
● 항상 5점대 투수! 내년에는 3.99가 목표!
- 정근우가 오고, 이용규도 오고, 팀이 강해진 느낌이다.
“저희도 느껴요. 투수들만 좀더 잘하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 올해 최하위였는데 내년에는 얼마나 순위가 올라갈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은 안 해봤고요. 올해보다 분명 이기는 경기는 많아지지 않을까요?”
- 아까 3점대 방어율을 꼭 이루고 싶다고 했다.
“3.99라도 좋으니까 3점대에 진입하고 싶어요. 7년 동안 한 번도 3점대 방어율을 기록한 적이 없어요. 2012년에 4.06까지 했는데 올해 다시 5점대잖아요. 5점대 투수는 뭔가 부족해도 많이 부족하다는 거잖아요. 내년에는 진짜 3점대 방어율 한 번 해보고 싶어요.”
- 지난해 8승 하고 4점대 초반 방어율이라 올해 기대가 참 컸지. 전임 한대화 감독(현 KIA 수석코치)이 ‘보문산 폭격기’라는 별명도 지어줬잖아.
“좀더 잘 하라고 지어주신 별명이었는데, 그 폭격기가 폭탄을 엉뚱한 곳에 떨어뜨려서 죄송하죠.”
- 내년에는 그 ‘보문산 폭격기’가 좀더 명중률이 높아졌으면 좋겠다.
“꼭 그렇게 해보겠습니다.”
- 김혁민에게 야구란 무엇인가?
“제 인생의 전부죠. 초등학교 때 형 따라 야구를 시작했는데, 저 야구밖에 몰라요. 다른 건 할 줄 아는 것도 없고요. 벌써 입단하고 7년이 지났어요. 앞으로 군대도 가야 하고요. 프로야구선수로 뛸 시간이 결코 많은 게 아니라는 생각을 했어요. 좀더 잘 하고 싶고요. 공 하나를 좀더 집중해서 열심히 던져야 할 것 같아요.”
스포츠동아 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