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시즈오카 세이켄지 소장 기록물 등 유네스코 한일 공동등재 추진연세대 허경진 교수-재일교포 학자 김양기씨
일본 시즈오카 시 세이켄지의 본전(本殿) 앞에서 허경진 연세대 교수(왼쪽)와 김양기 전 시즈오카현립대 교수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본전 위쪽 중앙의 ‘흥국(興國)’ 이라고 쓰인 현판은 일본이 흥하길 바란다는 우호의 뜻으로 조선통신사가 써준 것이다. 시즈오카=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통신사가 세이켄지에 남긴 시문, 현판, 병풍 등 70여 점은 시즈오카 현 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문화재 지정을 주도한 김양기 전 시즈오카현립대 비교문화학과 교수(80)는 이날 세이켄지를 답사한 허경진 연세대 국문학과 교수(60·연세대 글로벌한국학연구센터장)에게 절 곳곳에 남은 통신사의 자취를 설명했다.
재일교포 2세인 김 전 교수는 통신사 연구의 권위자이며 학계와 시민단체 활동을 통해 일본에 통신사를 올바로 알리는 데 앞장서 왔다. 허 교수 연구팀은 통신사가 일본 문화계 인사들과 나눈 필담을 묶은 필담창화집(筆談唱和集) 178권을 찾아 우리말로 완역했다. 또 필담창화집을 비롯해 통신사 사행록, 한일 외교문서 등 통신사 관련 기록을 모아 한일 공동으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신청을 추진하고 있다.
광고 로드중
―통신사 기록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준비는 어느 정도 됐나.
▽김 전 교수=4년 전부터 한국 부산문화재단과 일본 쓰시마(對馬) 시, 양국 학계에서 공동 등재 얘기를 시작했다. 일본 측은 통신사가 거쳐 간 길과 관련 유적을 세계문화유산으로 공동 등재하자고 제안한 반면 한국 측은 기록물을 세계기록유산으로 공동 등재하는 것이 더 유력하다는 생각이어서 아직 구체적 등재 대상은 합의되지 않았다. 2015년 한일 수교 50주년, 2016년 도쿠가와 서거 400주년에 즈음해 등재를 목표로 한다.
▽허 교수=한국에선 통신사 기록 대부분을 소장한 국립중앙도서관과 세계기록유산 신청을 담당하는 문화재청, 통신사 기록을 연구해 온 내가 함께 협력 중이다. 한일 양국이 가장 평화로웠던 200여 년간의 교류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등재 가치는 충분하다.
―한일 관계가 경색돼 공동 등재 추진이 쉽지 않을 텐데….
광고 로드중
▽김=일본 정부와 정치인들이 도쿠가와의 지혜를 배웠으면 좋겠다. 임진왜란 직후 국교 회복을 시도했던 그를 통해 어려운 고비를 넘길 용기를 얻길 바란다.
―통신사 기록이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면 어떤 효과가 있나.
▽김=이웃 국가끼리 200여 년간 국서를 교환하며 평화외교를 지속한 사례는 세계사에서 드물다. 이를 세계에 알릴 기회이자 한일 관계를 개선할 기회다.
▽허=임진왜란 이후 중국과 일본의 공식 외교관계가 끊어진 이래 두 나라는 조선을 통해 서로의 나라를 알아갔다. 통신사 기록이 세계기록유산이 되고 데이터베이스(DB)를 인터넷으로 공개하면 전 세계 학자들에게 한일 관계를 넘어 동아시아 관계사까지 알릴 수 있다.
광고 로드중
▽김=도쿠가와가 국교 회복을 요청하자 처음에 조선은 신뢰할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도쿠가와는 조선과 교류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꾸준히 전했고 2년 만에 통신사를 맞는 성과를 거뒀다. 신뢰가 중요하다.
▽허=조선통신사 일행은 일본에 대해 문화적 우월의식을 가졌고, 일제강점기 일본 학자들은 통신사가 조공을 위해 일본에 왔다고 해석했다. 둘 다 통신사에 대한 옳은 해석은 아니다. 통신사의 기본 정신은 상대방을 믿고 서로에게서 배우자는 것이다. 이런 정신이 양국의 시민 학자 정치인에게 전달돼야 한다.
시즈오카=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