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찰스 사치다. 나는 아트홀릭이다.” 영국의 광고재벌 찰스 사치가 2009년에 펴낸 책 제목이다. 사치는 데이미언 허스트를 일약 세계적 스타작가로 만든 현대미술의 큰손이다. 1990년대 들어 그가 yBA(젊은 영국 작가들·young British Artists)란 이름으로 소개한 허스트를 비롯한 신진 작가들은 국제 무대에서 주목받는 쟁쟁한 작가들로 떠올랐다. 현대판 메디치인지 투기꾼인지 평가는 엇갈리지만 뛰어난 안목을 인정받는 덕에 사치 컬렉션에 들어가기를 꿈꾸는 무명작가는 여전히 많다.
▷우리나라 옛 서화를 보면 소장했던 사람의 도장이 찍혀 있는 경우도 있다. 소장인(所藏印)을 보면 작품이 어떤 소장가의 손을 탔는지 그 여정을 알 수 있다. 안목 높은 컬렉터의 소장인이 찍혀 있으면 작품 가치도 당연히 높아진다. 현대미술 부문에선 해마다 한 잡지 조사를 통해 홍라희 리움미술관장이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꼽힌다. 화랑 주인들은 그가 전시장에 나타나면 반색한다. 그가 전시에 다녀갔다거나 작품을 샀다는 소문이 작가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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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